백남준, 그가 그립다…백남준 추모 10주기 ‘다중시간’ 특별전

국내외 작가·기획자, 작품 세계 재해석

제목 없음-3 사본.jpg
“해외 토픽란에 문제를 일으킨 한국 사람이었다. 그의 작품을 볼 기회도 없는 고루한 시대여서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리스학의 대가인 유재원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떠올린 젊은 시절 故백남준에 대한 첫 기억이다. 시간이 흘러 80년대 전 세계에 동시 방영된 그의 작품을 봤고, 20여 년 이상 흘러 지난해 서울의 한 전시공간에서 백남준이 직접 남긴 메모들을 봤다. 특히 작품 <삼원소>(2000)에 대한 백남준의 기록이 그를 매료시켰다.

 

제목 없음-4 사본.jpg
▲ 조이스 힌터딩 作 ‘단조로운 직선의 소리(초장파 주파수 안테나)’
“그는 예술가 이전에 첨단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공학자이자 엔지니어였다. 상대성 원리와 양자 역학의 원리가 담겨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예술은 같다. 결국 작품 삼원소는 우주, 시간과 공간 등 백남준의 철학과 세계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이에 유 교수는 백남준아트센터가 백남준 추모 10주기 특별전으로 마련한 <다중시간 Wrap around the Time>의 전시작품으로 삼원소를 선택했다. 해당 작품의 철학을 재해석 또는 오마주할 국내 예술가로는 2014년 성곡 미술관 선정 ‘내일의 작가’인 유비호를 선정했다.

유 작가는 세 개 벽면에 원형, 사각형, 삼각형 구조로 모니터를 배치해 ‘삼원소’ 작품을 오마주한 <상호침투 : 접힌 공간을 가로지르는 시간여행>(2016)을 선보인다. 또 각 모니터에 현재에서 미지의 세계로 탐험하고 무의식의 세계로 이동하는 여정을 상징하는 각기 다른 영상물을 상영, 작가적 인식과 철학을 드러낸다.

 

이번 특별전의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이다. 유 교수를 비롯한 전 세계 인문사회, 과학, 미학자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 11명이 각자 백남준의 작업을 연구하고 담론을 생성했다. 또 그 담론을 증명할 동시대 예술가를 선정, 해당 작가들이 오마주 또는 재해석한 신작을 전시한다.

제목 없음-5 사본.jpg
▲ 이사벨라 作 ‘거꾸로, 반대로’, 빠키 作 ‘마인드 바디 프로블럼’, 라파엘라 보겔 作 ‘모그스트 미 두 니드, 모그 이 디’
기획자는 그레고르 얀센 독일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관장, 김대식 뇌 과학자, 일본의 다카하시 미즈키 아트 타워 미토 시니어 큐레이터, 마크 한센 미디어 비평가,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서현석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이영준 기계비평가, 중국의 장가 크로너스 아트센터 관장, 한유주 소설가, 홍성민 계원예대 교수 등이다. 이들이 선택한 백남준의 작품은 아트센터 1층에서, 14명의 국내외 예술가(팀)들의 신작은 2층에서 각각 펼쳐진다.

 

서진석 관장은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와 예술가가 팀을 이뤄 만든 수평적 공동체 전시”라면서 “2층의 작품을 보면서 1층에서 봤던 백남준의 작품을 오버랩해 연상해보라”고 전시 감상법을 제안했다.

 

1층 전시는 오는 6월19일까지, 2층 전시는 7월3일까지 각각 이어진다. 

류설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