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凍土 이천시의 고용률 1등 달성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기자페이지

이천은 규제 왕국이라 불린다. 상수원 보호를 위한 규제, 군사 시설 보호를 위한 규제 등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각종 규제로 공장부지 면적이 제한되고, 첨단업종 대기업 입지가 불허되고, 연접 개발도 제한된다. 대규모 일반 주거 단지 개발도 막혀 있다. 하나같이 일자리 창출을 막는 ‘일자리 위축형’ 규제다. 그래서 이천이 포함된 경기동부권을 대한민국 최악의 규제 동토(凍土)라고 부른다.

그런 이천시가 고용률 통계에서 1등을 했다. 2015년 말 현재 이천시의 고용률은 64.3%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가운데 최고다. 경기도 고용률은 61.8%, 전국 고용률은 60.9%였다. 처음이 아니다. 이천시는 2014년 상반기에도 고용률 64.7%로 도내에서 1등을 했다. 당시 고용률은 경기도 61.3%, 전국 60.6%였다. 두 번 모두 국가기관인 통계청이 조사 발표한 결과다. 명실상부한 고용률 1등 도시에 오른 것이다.

이천시엔 그럴만한 노력이 있다. 일자리센터를 통해 청년, 여성, 중장년, 고령 등 계층별 구직자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상담과 알선을 한다. 14개 읍면동까지 직업상담사가 배치돼 활동 중이다. 매월 19일에는 ‘구인·구직 만남의 날’로 지정해 20개 기업과 200여명의 구직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취업 창구를 마련했다. 매년 10월에는 이 행사를 확대해 50개 기업과 700여명의 구직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연다.

기업유치 행정에도 절박함이 있다. 규제 틈새 공략이다. 최근 공장신설이 승인된 곳 중 30%가 소규모 단지화 공장이다. 규제를 피해 1만㎡~3만㎡ 이내로 조성된 작은 공장들의 공단이다. 흔히들 이천지역 경제를 말할 때 SK 하이닉스를 예로 든다. 실제로 SK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크다. 하지만, 시의 정책은 SK만 바라보지 않는다. 규제에서 벗어난 소규모 공장입지에도 팔을 걷고 나선다. 대기업과 소기업 모두를 훑는다.

일자리 알선을 위한 피부로 와 닿는 현장 행정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지혜로운 기업 유치 전략이다.

일자리 창출은 모든 지자체의 목표다. 시장 군수 치고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런데 결과는 모두 다르다. 수년째 제자리에 머무는 시군도 있고, 오히려 거꾸로 가는 시군도 있다. 그런 시군마다 앵무새처럼 내놓는 변명이 있다. ‘경기 침체가 너무 심하다’ ‘기업 규제가 너무 심하다’. 하지만, 그런 곳 중 어떤 곳도 이천시보다 규제가 심하지는 않다. ‘고용률 1등’ 이천시를 보며 반성해야 할 일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