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지급한 누리과정 교부금 340억, 지난달로 바닥
인천시교육청의 예산 미편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누리과정 사업이 이번 달 또다시 고비를 맞는다. 인천시가 올 초 일선 군·구에 긴급 편성한 재원조정교부금 운용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지난해 불거졌던 보육 대란이 재현될 우려를 낳고 있다.
3일 시와 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이 오는 20일까지 시에 줘야 할 3월분 누리과정 예산(교사 처우개선비 30억 원, 시설자원비 70억 원 등 총 100억 원)을 아직까지 편성하지 않아 예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시는 시교육청이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음에 따라 지난 1월 일선 군·구에 340억 원의 재원조정교부금을 조기 지급해 누리과정 예산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군·구는 재원조정교부금 중 일부로 지난 1·2월 보육교사 처우개선비(월 30억 원씩 60억 원)를 지급해 가까스로 보육 대란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는 20일에는 3월분 교사 처우개선비 30억 원에다 지난달 카드사가 대납했던 보육비 7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해 예산 부족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카드사는 지방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시 1개월분에 한해 카드사가 대납하는 협약을 체결했지만, 협약 시효가 고작 1개월에 불과해 이달부터는 지방정부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시는 지난달 말 통상적으로 4월에 전출하는 시교육청 법정전출금 382억 원을 앞당겨 지급하면서까지 시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조기 편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누리과정 문제는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 예산지원으로 해결될 문제라며 여전히 예산편성을 거부하고 있어 당장 이달부터 누리과정 어린이집에 예산을 주지 못하는 보육 대란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달까지 시교육청의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다”며 “충남이나 충북 등에서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예가 있는 만큼 시교육청이 하루빨리 예산을 편성하기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정전출금은 누리과정 예산과 별개인 만큼 연관지을 수 없다”며 “중앙정부와 정치권 협의 없이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시와 시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극한 대립이 지속되자 교육단체는 열악한 지방교육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교육재정파탄위기극복과 교육재정확대를 위한 인천운동본부 관계자는 “보육예산을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폐지하고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광범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