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에서 잊혀진 거장… 고려인 화가의 삶을 만나다

국립현대미술관,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 첫 전시
5월8일까지 ‘변월룡 탄생 100년’ 국내 첫 회고전
연해주서 태어나 러 예술가·교육자로 일생 보내
사회주의 리얼리즘 속 고국 그리워한 작품 눈길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근대미술 거장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시리즈 기획전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의 첫 전시로 <변월룡(Пен Варлен) 1916~1990>전을 오는 5월8일까지 덕수궁관에서 선보인다. 국내에서 최초로 열리는 변월룡 대규모 회고전이다.

 

변월룡은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舊레닌그라드)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그곳에서 화가이자 교육자로 일생을 보낸 고려인이다. 그의 삶과 예술은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대립 등 한국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혁명, 1, 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관통한다.

 

전시는 변월룡 작품의 토대가 된 러시아 아카데미즘과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관점을 살펴보는 ‘레닌그라드 파노라마’,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초상의 계보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변월룡의 초상화를 내건 ‘영혼을 담은 초상’, 1953~54년 소련 문화성의 명령으로 북한에 파견된 변월룡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의 풍경과 인물을 보여주는 ‘평양기행’, 작가의 개성과 디아스포라(Diaspora,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로서의 미묘한 내면세계를 담은 풍경화를 선보이는 ‘디아스포라의 풍경’ 등 총4부로 구성했다. 

역사의 증인이자 경계인으로서 세상과 내면을 향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계자는 “냉전종식 후에도 한반도에만 여전히 존재하는 철의 장막 때문에 오랫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 변월룡을 소개하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면서 “관람객은 낯선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 속에서 작가의 고국에 대한 애정과 향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이중섭전(5월~9월), 유영국전(10월 ~2016년 2월)을 개최할 예정이다.

류설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