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문화체육관광부 ‘숫자놀음’의 끝

경기도내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끝내 ‘파국’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도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수탁받아 운영해 온 전국의 모든 기관이 전부 손을 들고 나자빠질 모양새라는 점이다. 이는 곧 전국에서 학교예술강사로 활동해 온 예술가 5천여 명이 최소한의 밥줄을 잃고, 더 많은 전국의 청소년이 전문적이고 다양한 예술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국비 지원을 큰 성과로 내세웠던 지역 위탁 운영 기관은 왜 이토록 무모한 결단을 내려야만 했을까. 취재 결론은 지역위탁기관들의 ‘절박함’과 문체부의 ‘성과제일주의’가 빚은 참극이다. 

현재 이 사업은 문체부와 진흥원이 총괄 주관하고 2012년부터 16개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각 센터는 대부분 지역 문화재단 소속 1개팀이다. 문체부가 지역마다 상이한 환경을 무시한 채 동일한 운영 인건비를 지급하는 탁상행정을 벌였음에도 사업 취지와 효과를 공감해 수 년 동안 위탁 운영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원인은 문체부가 예술강사사업을 일자리 창출 성과로 봤기 때문이다.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사업 초기 ‘예술현장과 공교육 연계로 학교예술교육 활성화’가 주목적이었지만, 문체부와 진흥원이 주도하면서 교육의 질 향상과 더불어 ‘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이 대두됐다. 문체부는 매년 늘어나는 강사수를 일자리 창출 성과로 제시했다.

 

10년 이상 강사 수당은(시간당 4만원) 단 1원도 오르지 않았지만 강사수는 대폭 늘어나는 양적 성장만 이뤄졌다. 더욱이 문체부는 지난해 1인 강사의 최대 수업 시간을 일방적으로 줄이면서 추가로 강사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숫자놀음’의 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술강사 노조는 근로 환경 개선을 적극 요구, 지역위탁기관에까지 법적 책임을 물었고 대표에 대한 형사 처벌까지 이뤄졌다.

 

지역 센터가 2016년 근로 계약 체결 시 당면할 사건이다. 나아가 수 백 여명의 예술강사를 정규직으로 끌어안으면서, 중견기업으로서의 각종 법적 책임도 떠맡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센터가 소속된 재단의 역할은 매몰된 채, 학교예술강사 사업 위탁 운영 기관으로 변질된다는 점이다. 문체부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사업 거부를 결정한 것은, 이같은 절박함 때문이다. 원인을 제공한 것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문체부다. 문체부와 진흥원은 각성해야 한다.

 

지역문화발전을 도모해야 할 그들이 도리어 지역문화를 말살하는데 앞장서고 청소년의 문화교육 기회마저 빼앗아 우리나라의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을.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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