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따뜻한 미래] 독거노인 반찬봉사 ‘수노회’

어르신~ 행복한 맛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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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노회 회원들이 독거노인을 위한 반찬봉사를 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가족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운 이들에게는 정성스레 지은 따뜻한 집 밥 한 그릇이 허기진 마음을 채우는 존재가 된다.

 

가족의 사랑이 고픈 독거노인들에게 집 밥의 기쁨, 가족의 사랑을 선사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수원지역 독거노인관리사와 봉사자들로 구성된 수원노인봉사회가 그 주인공이다. 수노회는 매달 갖가지 반찬을 직접 만들어 집까지 배달해주면서 독거노인들의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고 있다. 

■ 손길이 미치지 못한 우리 주변의 독거노인들을 찾아 따뜻한 손길을 전하다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홀로 사는 이정옥 할머니(76)는 수노회의 반찬 봉사를 만나면서 어려운 생활에 한줄기 빛이 생겼다. 이 할머니는 젊은 시절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됐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정상 생활이 불가능했고, 나이가 들면서 심장질환까지 겹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슬하에 하나뿐인 아들은 소식이 끊긴 지 오래지만, 자식이 있어 할머니는 정부의 보조금도 받지 못하고 있던 처지였다. 

하루 종일 아픈 몸을 이끌고 폐지를 주워 얻는 돈이 이 할머니의 유일한 수입이지만 온종일 길거리를 헤매도 고작 1천원 남짓 버는 형편에 번듯한 밥상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할머니는 길에서 우연히 수노회 회원을 마주쳤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된 수노회가 매달 갖가지 반찬을 가져다주면서 할머니는 비로소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권선구 오목천동의 최일생 할머니(83)도 수노회 덕분에 매일 따뜻한 집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10여년 전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할머니를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차와 부딪혀 한쪽 다리를 잃게 된 최 할머니. 의족을 사용하지만 거동이 어려워 집 밖에도 잘 나가지 못하고, 서서 요리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최 할머니는 다른 수급자의 소개로 수노회를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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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할머니는 “돈도 없지만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 요리하는 자체가 힘들어 매번 밥과 김치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었다”면서 “지금은 회원들이 꼬박꼬박 음식을 가져다줘서 너무 감사히 잘 먹고 있고, 또 매번 집으로 찾아와 딸처럼 안부도 묻고 말동무도 해주니 너무나도 고맙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노회는 수원지역 곳곳에 살고 있는 어려운 독거노인들을 찾아 반찬 나눔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이 안타깝게 정부 지원금 대상자에서 탈락해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이다.

이들은 국가 지원 대상자에서 벗어나 있어 사회적 관심에서도 소외돼 어려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수노회는 이들에게 월 2회 가량 직접 만든 5~6가지 반찬을 가져다주고, 동시에 노인보호기관과의 연계를 추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주고 있다.

 

■ 우리도 넉넉하지 않지만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전합니다

수노회는 1년여 전 수원지역 내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근무하는 독거노인관리사와 봉사자 등 10여명의 소박한 마음이 모여 시작됐다. 이들이 독거노인을 위해 시작한 봉사가 바로 반찬 봉사다.

 

가족이 없는 탓에 독거노인들의 밥상에서 온기를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웠던 것. 

노인들은 부족한 살림에 변변한 반찬 하나 만들기 어렵고, 대부분은 몸이 불편해 제대로 된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도움이 절실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어느새 50명으로 늘어나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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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노회 회원들은 수원지역 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어려운 독거노인들을 직접 발굴, 수원시 내 11개동에 살고 있는 15명의 독거노인들에게 매달 반찬봉사를 진행한다.

 

주변의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독거노인을 향한 수노회의 관심과 애정 덕분에 오늘도 독거노인들은 사랑과 정성이 담긴 따뜻한 밥상 앞에서 가족의 손길을 느끼며 웃음 짓고 있다.

 

그러나 수노회의 반찬 봉사는 별도의 후원금이 없이 회원들의 회비로 이뤄지다 보니 매번 적자에 시달린다. 한 번 반찬 봉사를 하려면 70만~80만원이 소요되는데 모아둔 회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기존에는 매주 진행했던 봉사를 월 2회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주로 임경자 수노회 회장의 자택이나 지인이 운영하는 오목천동의 한 식당을 빌려 반찬을 만들곤 한다.

 

신순애 수노회 회원(58·여)은 “회비만으로는 봉사를 해나가는 게 매우 힘들지만 회원들이 부담될 까 회비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감사하다고 손을 꼭 잡아주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우리가 도울 수 있을 때까지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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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경자 수원노인봉사회 회장

“지역 구석구석에 사랑 배달… 차 없어 남편까지 총출동”

50명의 수노회 직원들은 직접 수원지역 곳곳에 위치한 독거노인들의 거주지역을 돌아다니며 어려운 이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독거노인들의 삶 속 깊숙이 들어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임경자 수원노인봉사회 회장(59·여)을 만나 수노회 활동과 운영에 대해 들어봤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반찬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독거노인 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여러 기관에서 노인들을 만나며 항상 생각해오던 것이 있다. 바로 기관을 찾아오는 노인들도 있지만, 이곳조차 오지 못하는 어려운 노인들이 우리 주변에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독거노인관리사인 나 자신이 이들을 직접 찾아가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도중 독거노인들이 생활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동료들과 고민해봤고, 노인들의 식사가 가장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변변한 식사 한 번 차리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건강한 한 끼를 드리고 싶었다. 집에서도 몇 가지 밑반찬만 있으면 언제든 든든하게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수노회의 반찬 봉사가 시작됐다.

 

-봉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배달 차량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현재 수원지역 11개 동을 돌아다니며 배달하고 있다. 어르신들 집까지 반찬을 직접 가져다 드려야 하는데, 대부분이 열악한 다세대주택 혹은 반지하에 살고 있다. 이 앞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을 뿐 아니라 반찬 여러 개를 싸서 가면 무게도 상당하다.

 

그러니 자가용이 필수인데 현재 회원들 대부분이 차가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회원들 몇 명이 돌아가며 배달을 도와주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남편이나 지인들까지 총출동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있다. 수노회 전용 배달 차량이 있다면 어르신들께 좀 더 빨리 따뜻한 음식을 가져다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매달 50명의 회원이 1만원씩 회비를 내 반찬을 만들고 있는데 이 돈으로는 너무나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원래는 매주 진행했던 봉사를 2주에 한 번으로 줄인 것도 예산이 부족해서다. 

반찬봉사 외에도 치약, 샴푸 등 생필품 지급도 종종 하곤 하는데 경제적 여력이 가능하다면 이 같은 봉사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싶다. 수원시여성리더회와 광교노인복지관, 수원시행복캄보디아 등에서 감사하게도 후원을 해주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따뜻한 손길이 모여 수노회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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