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이날 1만5천여명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은 뉴욕의 광장에 모여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세계여성의 날 제정 이후 각국에서 여성들의 지위향상과 남녀차별 철폐, 여성빈곤 타파 등 여성운동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매년 3월 8일을 전후해 세계적으로 기념대회도 열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여성의 날에 즈음해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 행사의 일환으로 ‘성평등 디딤돌’과 ‘걸림돌’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 성평등에 기여한 디딤돌 부문 수상자 중 하나는 사람이 아니다. 지난 1년간 SNS에서 활발하게 펼쳐졌던 ‘#나는 페미니스트다’ 선언운동이 수상했다. ‘페미니스트 해시태그’ 운동의 주체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지닌 인간임을 개개인의 자발적 의지로 표명한 수많은 여성과 남성이었다.
2015년 2월 10일 한 트위터 사용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SNS라는 한정된 공간을 뛰어넘어 여성단체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졌고, 트위터 내용을 소책자로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페미니즘의 확산은 ‘여혐(여성혐오)’에 대한 반작용에서 나왔다. 지난해 봄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며 이슬람 무장단체 IS에 가담한 김군과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씨의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 칼럼으로 촉발된 논란이 여성혐오 문제를 공론화 시켰다. 남성잡지 ‘맥심’은 지난해 9월 여성을 납치ㆍ살해하는 내용의 화보를 실었다가 국제적 논란을 일으키며 전량 폐기된 바 있다.
한 남자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여자의 뺨을 때린 뒤 스마트폰 사진 앱을 쓰라고 권유하는 온라인 광고도 있었다. 여혐 콘텐츠는 광고뿐 아니라 대중문화계의 고질병이다. 연예인들의 여혐 발언도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여혐 발언이 문제가 되면 ‘재미로 그랬다’는 식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여혐이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여성을 여전히 성적 대상화하고 차별하고 사회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나 여성 특혜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혐을 근절시키자는 것이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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