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가 할퀴고 간 자리… 따뜻한 손길로 보듬다
드라마는 밀양 여고생성폭행 사건, 대도 조세형 사건 등의 실제 사건을 브라운관 안으로 가져왔다. 드라마는 단순 지난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끝나지 않는다.
강력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에 집중하고, 어루만진다. 그로 인한 사회적인 메시지는 크다. 시간이 흘러도 범죄 당시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경찰은 2015년을 ‘피해자 보호 원년’으로 선포하고 우리가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될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경찰청에 피해자 보호 담당관을, 지방경찰청에 피해자 보호팀을,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피해자 전담 경찰관을 두어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올해로 2년차다.
범죄 피해자와 가족들을 신속히 범죄 이전과 유사한 상태로 되돌리려는 노력은 성남수정경찰서(서장 곽경호) 피해자멘토위원회 ‘희망의 등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난해 3월20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피해자멘토위원회의 지난 1년은 이제 막 걸음마를 띤 단계지만 경찰·지자체·협력단체와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을 통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손잡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주거환경개선 활동 모습.
성남수정경찰서는 범죄로부터의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범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는 주변 사람이나 지역 사회 등의 반응에서 정신적·사회적 상처를 받는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피해자멘토위원회(위원장 김동근) ‘희망의 등대’를 구성했다. 전국 최초였다.
“범죄피해로 인해 두 번 눈물짓는 일이 발생치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모인 피해자멘토위원회 멤버들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다. 경찰발전위원회 사무국장인 김동근 위원장과 이영복 부위원장을 필두로, 수정경찰서 경목위원회 위원장인 박귀연 목사(성남 금광중앙교회)가 고문을 맡고 있다. 허덕모 경우회 사무국장, 허미숙 청소년육성회 총무, 이송희 녹색어머니 총무가 각각 감사와 총무, 재무를 맡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활동중인 위원들의 인력풀도 탄탄하다. 박덕선 성지아트어린이집 원장, 조현기 성남시립국악단 단무장, 윤미정 윤가족치료연구소장, 강미옥 태평4동 생활안전협의회 위원을 비롯해 구형철, 백성현, 신용승 등의 위원들이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특히 강인구 수정경찰서 피해자 전담경찰관과 성남시청 사회복지과 김민이씨가 위원회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김동근 위원장은 “위원회가 꾸려진지 2년차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위원들이 각자 현업에 종사하면서 봉사하는 것인 만큼 지난해는 아쉬움이 많은 한해였다”고 평가하면서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이 큰 위안을 얻는다는 것을 몸소 느꼈으니 올해는 위원회가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피해자보호 활동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해 법률과 제도의 미비점 등 많은 숙제를 남겨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경찰서는 피해 직후인 경찰개입 단계에서 피해자 보호와 회복의 골든타임으로 설정해 보다 나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
강력 범죄피해자 보호 주요업무로 △살인, 강도, 성폭령 등 강력 범죄피해자 경제ㆍ법률ㆍ심리 지원 △피해자 야간 조사 시 여비 지급 △피해자 임시 숙소 운영 △범죄 피해자 신변보호(위치추적 장치 대여, CCTV설치 등) △강력범죄 현장 정비 지원 등을 진행했다.
특히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해 2월, 도내 최초로 ‘피해자 안정실’을 마련ㆍ운영했다. 또 지난해 강력범죄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상담 94건 △전문가 심리지원 21건 △법률지원 23건 △경제적 지원 연계 14건 △임시숙소 13건 △기타 신변보호 등 총 4건의 지원활동을 펼치며 피해자의 조속한 회복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부터 성남권 최우수 경찰서로 표창을 받았다.
곽경호 서장은 “그간 범죄피해자들은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기치 않은 한 순간에 엄청난 피해와 큰 상처를 입어 고통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대다수였다”며 “‘피해자보호 원년의 해’ 2년차를 맞이해 피해 직후 경찰 개입 단계가 피해자의 권리와 인권 회복을 도와줄 수 있는 골든타임인 만큼 피해부분에 대한 맞춤형 지원 설계로 피해자 보호업무가 내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문민석ㆍ강현숙기자
“우리 사회가 함께 치유해야 할 상처… 보호·지원 의무 필수”
-지난 1년 수정경찰서 피해자멘토위원회 성과를 평가한다면.
지난해 경찰 창경 70주년을 맞이해 경찰·지자체·협력단체와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을 통해 범죄피해자에 대한 초기 상담부터 각종 지원 및 일상으로의 조기복귀 추진 하고자 피해자 피해자 멘토위원회가 발족했다. 범죄 피해자의 아픔은 우리 사회가 함께 치유해야 할 상처다.
수정경찰서의 경우, 초창기 20여명의 피해자멘토위원들이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피해자를 찾아가 말벗맺기, 생필품전달 등 심리적, 경제적인 지원으로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 했다.
-여전히 범죄피해자에 대한 법률적 및 경제적 보호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경찰과 피해자멘토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은데.
과거 전통적 형사사법체계에서는 가해자 중심 측면에서 범죄원인, 범죄자의 처벌 및 처우를 논하는데 치중했다. 범죄자의 인권만 강조한 나머지 피해자는 증인 등의 제3자적 지위에 머무르고 이들에게 피해를 입은 무고한 피해자들은 소외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경찰이 범죄 피해자 지원·보호 활동에 앞장서는 것은 경찰이 범죄 현장을 최초로 접하는 국가기관이고 경찰 수사 단계는 범죄 피해 회복과 피해자 보호의 가장 적절한 때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다.
경찰의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의무’와 ‘지원 의무’는 필수적이다. 특히 ‘피해자 전담 경찰관 제도’를 계기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범죄 발생 초기부터 국가의 관심 범위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피해자멘토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이 있다면.
2년차를 맞이해 더 나은 피해자멘토위원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심리상담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위원들을 구성해 범죄 발생 후에 직접적인 피해상담 및 경제적 도움을 주고자 더 노력할 계획이다. 경찰의 범죄피해자 보호·지원활동이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어 위안이 되길 바란다.
또한 피해자멘토위원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일선 경찰관들의 노력이 범죄피해자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어 그 빛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
성남=문민석ㆍ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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