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 사이트서 현재 160개 농가 참여
영농계획·보상안 공개… 소비자 직접 투자
농산물 판로확보·新유통창구 가능성 주목
도농기원도 포천 사과농가 등 10곳 지원
양평군 농업협동조합인 에버그린에버블루의 들깨 작목반 농부 10명은 지난해 가을 판로확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했다.
자신들의 제품 ‘볶지 않고 착유한 생들기름’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홍보하고 일정액을 투자한 사람에게 상품을 보내주는 것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40일 동안 18명의 투자자로부터 59만3천원의 투자금을 받아 1차 목표액(50만원)을 넘어섰다. 두 달 뒤 진행한 2차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100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에버그린에버블루의 이인향씨는 “소비자에게 투자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더 열심히 농사를 짓게 됐다”면서 “투자자들은 농부와 함께 농사를 짓는 기분이 들고, 그 대가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알리고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 농산물 생산과 판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 농산물 판매의 새로운 유통창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국내 농산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농사펀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사이트를 오픈 한 뒤 현재까지 160 농가가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 농사펀드는 영농자금을 마련하려고 대출을 받고, 농사를 지어도 판로가 막혀 헐값에 중간상인에게 상품을 넘기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민간에서 만든 직거래 유통 플랫폼이다.
농사펀드에서 펀딩을 진행할 농가를 선정하면, 농부들은 자신의 농사계획을 플랫폼을 통해 알리고, 투자자에게 보상안(농산물)을 밝힌다. 현재 농사펀드에는 ‘2016년 고구마 농사, 저희랑 함께 지어보실래요?’, ‘함께 파파야 멜론 농사 지어요’ 등의 홍보문구를 내건 농가들이 소비자들에게 투자를 받고 있다. 소비자가 2만원을 농가에 투자하면 수확일에 고구마 1.5㎏을 배송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도 농업인들의 새로운 판로 확보를 위해 도내 10곳의 농가를 선정, 농사펀드에 참여시키고 크라우드 펀딩 교육 등의 지원에 나섰다. 연천의 율무식초, 포천 사과 생즙, 가평 친환경 오색미, 이천 복숭아 판매 농가 등이 내달 1일 농사펀드에 참여해 5월 10일까지 40일간 투자를 받는다.
도농기원 관계자는 “아직 시험단계이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로컬푸드의 물리적인 한계점을 뛰어넘을 수 있어 주목된다”면서 “농산물 신 유통 채널 활성화를 위해 농업인들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 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