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차량 엉금엉금·우왕좌왕… 퇴근길 교통체증·사고 ‘부채질’

[현장&] 운전면허학원 도로주행코스

“이렇게 차량이 많은 퇴근시간대에 복잡한 도로에서까지 도로연수를 꼭해야겠습니까?”

 

15일 오후 7시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대형마트 앞 도로. 인근 자동차운전면허학원의 연수차량 한 대가 거북이 주행을 하고 있다. 

뒤따르던 차량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경음기를 울리며 추월해가자 연수차량은 급발진과 급정거를 반복했다. 

가뜩이나 상습 정체구간에 퇴근시간이라 차량으로 가득한 도로가 연수차량 한 대 때문에 경적소리가 잇따르고 정체 등은 더욱 악화됐다.

 

주민 A씨(42)는 “누구나 처음은 있겠지만, 퇴근길에 학원(연수)차량을 보면 짜증 나는 게 사실”이라며 “주행 연습구간을 정할 때 상습 정체구역은 빼거나, 퇴근시간은 피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 9시께 계양구 계산동의 한 길가. 이 길은 인근 한 운전면허학원의 주행코스다. 한 연수차량을 따라가 보니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무려 10여 개 교육시설이 몰린 곳을 지나쳤다. 당연히 주행 중 여러 곳의 어린이보호구역을 거쳤다. 연수차량은 횡단보도 신호가 들어와 길을 뛰어 건너는 어린이를 보고 급정거를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종종 보였다.

 

인천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인천시내 25개 운전면허학원은 현재 100여 개 도로주행코스를 선정, 경찰청의 검수 및 승인과정을 거쳐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코스에 상습 차량정체 구간과 번화가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다, 퇴근시간에도 연수가 이뤄지고 있다. 현행법이나 관련 규정 등에 연수차량이 특정 지역이나 퇴근시간 등 특정 시간을 피하도록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연수코스에 어린이보호구역이나 노인보호구역 등이 포함돼 운전이 미숙한 학원생들의 교통사고 등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일부 어린이집 등에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연수차량의 주행코스를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연수차량 조수석에 베테랑 학원 강사가 같이 타고 있어 교통사고 등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출근시간은 혼잡도를 고려해 금지했지만, 퇴근시간은 연수자 편의 탓에 따로 제재하지 않았다. 다만, 지적된 구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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