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 돌봐주겠다고” 속여 다른 동거남과 호화 생활
치매노인과 위장결혼하고 전 재산인 90억원을 가로챈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5일 재력가인 치매노인에게 접근,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펀드를 환매하고 부동산 등 90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L씨(62·여)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다른 L씨(76)와 O씨(61) 등 공범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L씨 등은 지난 2013년 7월께 재력가이자 치매를 앓는 A씨(81)에게 의도적으로 접근,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짓 친분을 과시하며 미국에서 펀드 2억6천만원 상당을 매각하게 한 뒤 이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공범들과 공모, 2014년 9월까지 10차례에 걸쳐 A씨가 살던 서울 종로의 자택과 토지, 충북 진천의 토지, 광주의 토지 등 90억원대 부동산을 처분하게 해 59억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L씨는 A씨가 대부분 재산을 처분하자 이혼소송을 제기토록 했으며 ‘모든 재산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과 양도증서를 만들고서 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L씨와 공범 L씨는 과거부터 부부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검거 당시 서울 동대문의 고급 아파트에서 함께 살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주범 L씨는 빼돌린 A씨의 재산으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와 땅을 대거 사들이는 등 34억원 상당의 부동산 투자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가 의심하지 않도록 ‘여생을 돌봐주겠다’고 꾀어 혼인신고서까지 작성, A씨를 안심시켰다. 또 A씨가 자녀와 연락되지 않도록 혼인 후 임의로 A씨의 주소를 옮기고 다섯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경찰 수사 이후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안 A씨는 분통을 터뜨리다 지난달 중순 안타깝게도 삶을 마감했다. 경찰 관계자는 “L씨는 서울 지역의 교회에서 우연히 A씨를 만나 사귀다 결혼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며 “재력가에게 접근, 위장 결혼해 돈을 뜯은 조직적 범행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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