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한 수, 졌지만 눈부셨다’ 이세돌, 알파고와 5국 불계패

1승4패로 챌린지 매치 마감
“기계 상대로 좌절 않고 도전” 뜨거운 열정에 세계가 감동

▲ 이세돌 9단과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다섯번에 걸친 대결은 승패를 떠나 온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번 대결은 인류에게 기계와의 미래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15일 마지막 5국을 마친 이 9단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 바둑학과 유학생 등이 생중계를 지켜보며 다음 수를 연구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대국을 통해 기계와 맞선 ‘인류 대표’로 거듭났다.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에서 1승4패로 아쉽게 패했지만 4국에서 거둔 극적인 승리는 수많은 사람의 가슴에 뚜렷이 각인됐다.

 

대국 시작 전 이세돌은 “5대0으로 승리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알파고의 엄청난 계산력을 넘어서지 못해 3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이세돌은 부족한 자신의 실력을 인정한 뒤 4번째 만에 승리를 거두며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세돌은 1국에서 흑을 잡고 186수 만에 불계패한 뒤 “이제 시작”이라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2국 패배 후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내용상 완패”라고 말했다. 이세돌은 전투적으로 임했던 3국에서 또 다시 패한 뒤 “인간이 아닌 이세돌이 진 것”이라고 밝히며 “압박감을 이겨내기엔 능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세돌은 “지켜봐 달라”고 했던 4국에서 알파고의 ‘버그’를 끌어내며 첫승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승리 후 기자회견장을 들어서며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듯했던 이세돌은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받은 건 처음인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세돌은 드라마의 결말인 5국을 준비하면서 “(7집반을 내주는) 흑으로 알파고를 이겨보고 싶다”면서 승부사로서 면모를 보였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1~5국을 지켜본 조혜연 9단은 “이세돌의 파이팅에 놀랐다”면서 “알파고를 상대로 이만큼의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바둑기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세돌은 암흑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알파고의 약점을 찾고 있다”면서 “단 3연패 후 4번째 판에서 약점을 찾은 것이 놀랍고 5국에서 또 있을지 모르는 약점을 찾고 있다”고 봤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알파고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보니 많이 당황했다”면서도 “심한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바둑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은 제5국을 마친 뒤 “이번 챌린지 매치가 끝나서 아쉽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결국 해내지 못해서 아쉽다”라며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발전하는 이세돌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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