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호 시인이 17번째 시집 <적군묘지>(도서출판AJ 刊)를 펴냈다.
1966년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창립 회원으로 등단한 시인은 1975년 시집 <幻生>을 시작으로 <歲寒圖 밖에서>까지 총 16권의 시집을 낸 수원의 대표 문인이다.
현재 국제PEN 한국본부 부이사장 겸 경기지역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경기일보 논설위원과 사사편찬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歲寒圖 밖에서> 이후 4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는 6ㆍ25 전쟁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땅에서 사망한 북한군, 중공군, 무장공비 등을 노래한 연작시들이 담겨 있다.
시 ‘압록강에서’ ‘적군묘지’ ‘도라산역’ 등에는 현대사의 아프고 슬픈 역사가 스며있다.
‘압록강에서’는 압록강 너머에 보이는 북한의 애처로운 풍경을, ‘적군묘지’에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파주에 외로이 잠들어 있는 북한군 무명인 묘를, ‘도라산역’에서는 달릴 수 없는 철도의 회한을 처연하게 들려준다.
시집에는 가족 사랑의 시도 적지 않다. 따뜻한 사부곡, 사모곡이 있는가 하면 아내 사랑에 대한 시들도 감동적이다.
‘아내가 작아졌다’는 “다섯 자식 어미, 세 아이 할머니 되면서/ 새댁 때보다 키가 작아진 일흔 살 아내/ 이 모두 남편 탓이거니,/ 큰, 내 키가 미안하다”며 아내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보여준다.
또 흘러가는 인생에 대한 사색을 담기도 했다.
“이제는/ 낙엽들을/ 함부로 밟을 수 없네./ 한 시절/ 푸른 그늘/ 세상에 주고/ 지상에 누운 몸짓들이여./(중략)/떠날 날 만나러/ 낙엽을 돌아/ 가을 깊은 길 걸어가네.”라고 말하는 ‘가을이 깊었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시인의 진솔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현재 남북한이 처해있는 적대적 상황과 통일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며 “나라의 비극을, 분단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값 1만2천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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