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상]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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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심정입니다. 꼭 살아만 있기를 간절히 바라던 온 국민의 희망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절망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나 힘들고 아프고 배가 고팠을까. 어린 아이의 고통과 아픔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사건이 안타깝게도 우리 시에서 발생했습니다. 먼저 고 신원영군의 명복을 빌며, 하늘나라에서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고, 사진에서 봤던 천진난만한 웃음을 간직한 채 지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한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려면 부모와 함께 온 마을 사람들이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린이는 단순한 의식주뿐만 아니라 따뜻한 사랑, 격려, 관심, 교육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건강하고 올곧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예전 제가 어릴 때에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어른들께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를 드리면 당연히 제 이름을 불러주시며 어깨를 토닥여주셨습니다. 그분 모두 저를 잘 아셨고, 저의 부모님도 잘 아시는 동네 어르신들이었습니다. 

또는 친구들의 부모님이셨기에 항상 인사드리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받는 일도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먼 곳으로 외출이라도 하시면 친구 집에서 밥 먹는 일도 다반사였지요. 지금 가만히 돌이켜 생각하면 이런 동네 모든 어르신들의 관심과 격려가 제 성장의 커다란 자양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점점 핵가족화되고, 남의 일에 관심을 갖는 일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고, 이런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강력 사건의 발생빈도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생각할 수조차 없는 무섭고 잔인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온 국민은 분노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고, 철저한 대책 마련은 아직도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시는 지난해 7월, ‘경기평택아동보호전문기관’을 개소했습니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다른 지역에 자리잡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 시는 ‘경기평택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소로 학대받는 아동들을 빠르게 보호하고 도울 수 있게 됐습니다.

 

소사동 동방평택복지타운 내에 자리잡은 이곳에서는 상담실, 치료실, 녹화실, 자료실, 대기실 등을 갖추어져 있고,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현장조사, 응급보호, 상담 치료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는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대를 받는 아동이 있다고 생각되면, 먼저 좀더 세심하게 아동을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대받고 있다면 경찰서(112), 보건복지콜센터(129), 경기평택아동보호전문기관(031-652-1391)으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이젠 더 이상 가만히 바라보고 침묵만을 지킬 때는 아닙니다. 때늦은 후회감이 엄습합니다. ‘만약에’ 라는 덧없는 말을 하는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더 이상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어린이들을 모른 척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시는 이번 고 신원영군의 사건을 접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사회복지 관련 공무원과 각 읍면동 주민센터, 어린이집유치원 연합회, 지역아동센터, 교육지원청 등과 협조해 학대아동을 찾고 보호하겠습니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습니다.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은 가족과 온 도시가 함께 정성을 다해 양육해야 합니다. 두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시를 운영하는 행정수장으로서 말할 수 없이 절망감을 느끼고 슬프고 괴롭습니다.

 

그러나 슬퍼서 주저앉기보다는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지켜야 합니다.

 

어린 동생의 사건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어린 누나가 하루속히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시는 종합적인 관리 프로그램 준비하고 안정된 주거대책, 생활비 지원, 학습비 등을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동보호를 위한 종합관리체계도 다시 한번 점검하겠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 신원영군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어른의 일원으로, 아니 46만의 수장으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공재광 평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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