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간 ‘단순 실종’… 아까운 시간 낭비
뒤늦게 택배기사가 살인 사체유기 드러나
노래방 도우미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40대 택배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실종 사건으로 처리하다 뒤늦게 강력부서와 공조하는 등 부실수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22일 노래방 도우미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택배기사 A씨(48)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6시께 한 노래방에서 만난 도우미 B씨(45·여)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자신의 택배 차량에 실어 고향인 경북 상주의 한 농로에 유기한 혐의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타 부서와 공조가 이뤄지지 않아 사건 해결이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일 B씨 남편으로부터 B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했지만, 이를 가출 등 단순 일반 실종사건으로 분류했다. 이로 인해 경찰은 20여 일 동안 주변 탐문조사와 차량수배 등 기초적인 수사에만 머물렀다.
경찰은 지난 19일 A씨의 차량이 발견되고 나서야 뒤늦게 강력부서와 수사 공조체제를 갖췄고, 곧바로 범인을 체포해 자백까지 받아내는 등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진행 과정에서 유괴·살인 등 강력범죄를 의심하고, 강력부서와 수사 공조를 해야 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고위직 경찰관은 “내부 규정에 따라 실종사건은 여성청소년과에서 처리하는 게 맞지만, 살인 등 강력 사건으로 의심되면 형사과에서 사건을 처리하도록 돼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살해돼 살릴 수는 없겠지만, 강력사건과의 연관성을 의심해 곧바로 형사과에 공조를 요청했다면 좀 더 빠른 해결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시스템상 정확한 증거 없이는 수사공조를 위한 심의위원회 등을 열 수 없다”며 “형사과 등에 비해 현장수사력은 조금 모자랄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박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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