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 기자의 작전타임] 수 싸움에서 갈린 챔프전

KCC 에밋·하승진 부진… 플랜B 없어
여러 수 구축한 오리온, 2승 1패 기록
오늘 4차전서 상승세 이어갈지 ‘주목’

▲ 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의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수싸움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KCC가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남은 패가 많은 오리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KBL제공

고양 오리온에게는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승리였습니다. 2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3차전 결과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날 오리온은 정규리그 챔피언 전주 KCC를 92대70으로 완파하고 시리즈 전적을 2승1패로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챔피언결정전 1,2차전 결과가 1승1패일 때 3차전을 가져간 팀이 우승한 확률은 55.6%(5/9)라고 합니다. 오리온으로선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셈이죠.

 

확률 이야기를 접어도 오리온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게 맞습니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경기 내용이 압도적이었거든요. 많은 전문가들이 오리온의 우승 관건으로 KCC 안드레 에밋(34·191㎝)과 하승진(31·221㎝)에 대한 수비를 꼽았습니다. 그런데 챔피언결정전에서 보여준 오리온의 수비는 백점 만점에 백점이었습니다. 김동욱(35·194㎝)과 이승현(24·197㎝)을 각각 전담 수비수로 붙여 에밋과 하승진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믿고 쓰는 카드인 에밋과 하승진이 모두 봉쇄당하니 KCC로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방도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겁니다. 정규리그 때부터 에밋과 하승진에게 철저하게 의존해 경기를 풀어갔던 KCC입니다.‘플랜B’는 없었습니다. 정규리그 막판엔 연승가도까지 타면서 1위 자리까지 올랐으니 어쩌면 없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바로 이 점이 무서운 재앙으로 되돌아온 거죠.

 

추승균 KCC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공수 양면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에밋에게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가 준비하기 전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라”는 것이 골자였죠. 하지만 이 작전은 KCC에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상대 수비가 갖춰지기 전에 공격을 하려면 빠른 트랜지션이 필수인데, KCC는 리그에서 가장 느리기로 손꼽히는 팀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패착으로 돌아갔고, 22점 차 대패를 당했습니다.

고민 끝에 꺼내 든 카드가 실패하자 추승균 감독은 이른바 ‘멘붕’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얼굴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써져 있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공수 발란스가 무너졌다”는 말만 반복할 뿐 어떤 타개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이런 추승균 감독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플랜B를 구축하지 못한 죄입니다.

 

반면 오리온은 여러 수를 준비했습니다. 정규리그 초반 8연승을 달릴 때도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팀 색깔에 변화를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애런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옵션을 물색한 거죠.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때마침 헤인즈가 부상을 당하면서 장기결장하게 됩니다. 추일승 감독으로선 자연스레 플랜B뿐만 아니라 여러 수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조 잭슨의 활용이고요.

 

쓸 수 있는 패가 더이상 없는 KCC와 여러 패를 가지고 있는 오리온의 맞대결. 20점 차 이상 나도 이상할 게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추일승 감독은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3차전 승리로) 시리즈 전체의 승기를 잡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점수 차가 크다는 것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힘겨루기를 할 때, 많이 기울어지고 작게 기울어지는 차이니까요.”

 

추일승 감독은 그러면서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3차전이 끝났을 때 분위기는 오리온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듯 보였습니다. 만약 4차전까지 오리온의 대승으로 끝난다면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게 되겠죠. 오리온과 KCC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은 25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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