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후 장학금 환원하는 세대 간 '약속장학금'도 신설
'금수저' 학생만 다닌다는 오해를 받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소득하위 50%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장학금 수혜자는 안정적 소득을 갖게 된 때부터 일정 기간 후배를 위해 기부할 것을 약속하는 제도도 신설됐다.
서울대 로스쿨은 이번 학기부터 장학금 제도를 개편, 가구별 소득 5분위(소득 10분위 기준) 이하 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27일 밝혔다.
가계 소득을 설명할 때 쓰는 10분위는 소득을 최하위부터 최상위까지 10개 구간으로 나눈 것이다. 1분위가 하위 10%고, 10분위가 상위 10%다.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은 누구나 경제적 형편과 상관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 기회균등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조처는 다른 사립대학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최근 사립대학 로스쿨들은 등록금 인하로 줄어든 수입은 장학금을 깎아 만회하려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장학금 제도 개편으로 서울대 로스쿨에서 전액장학금을 받는 인원은 직전 학기 81명에서 132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등록생의 28.33%에 이른다. 서울대 로스쿨의 한 학기 등록금은 667만원이다.
이에 더해 소득 2분위 이하 학생에게는 30만∼50만원의 생활비 장학금도 함께 주기로 했다. 소득 6분위 이상의 학생에게는 개별 심사를 통해 전액이나 20%를 차등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예산은 학교 본부로부터 받는 예산을 확충하는 한편 자체 장학금 모금 운동 등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서울대 로스쿨은 또 자신보다 앞선 세대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면 그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로 약속한다는 의미로 '약속장학금'도 신설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받은 도움을 후배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안정적인 소득을 얻으면 취업 후 5년 이내에 기부를 시작하고 10년 내 받은 장학금보다 더 많이 되돌려 주겠다'고 약속하는 증서를 학교에 내야 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공공 재원을 통해 혜택을 받은 만큼 이를 환원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 제도가 정착하면 장기적으로 장학재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이는 독일 부체리우스 로스쿨의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부체리우스 로스쿨 학생은 등록금을 면제받는 대신 졸업해 직업을 얻고 나서 최소 소득(3천유로)에 도달하면 10년 동안 소득의 9%를 기부하겠다고 서약한다. 장학금 수혜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부의 선순환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서울대 로스쿨은 이번 학기부터 장학금을 받는 학생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범 시행하고, 2학기부터 학기 시작 전 장학금을 신청할 때부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약속증서를 받을 계획이다.
이원우 로스쿨 학장은 "능력이 있으면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제도를 개편했다"며 "장기적으로 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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