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道, AI 특별 방역 기간 중에 뚫렸다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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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또 뚫렸다. 이천시의 한 농가다. 죽은 종오리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됐다. 오리류 관련차량 및 작업장 등을 대상으로 27일 0시부터 28일 12시까지 36시간 동안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이 내려졌다. 적용대상은 경기도내 오리농장 115곳, 도축장 2곳, 사료공장 12곳과 차량 6천298대다. 경기도 소재 오리류(청둥오리 등 포함)와 오리알에 대해서도 타 시·도로의 반출이 금지됐다.

이천 해당 농장의 오리와 병아리 1만1천600여 마리는 이미 살처분됐다. 살처분 될 가금류의 양은 AI의 전파 여부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아울러 도내 농가의 가금류 수출도 전면 중단됐다. 지난달 28일자로 어렵게 회복했던 AI 청정국 지위다. 도내 계란생산업체가 홍콩에 계란을 수출하기로 약정하는 등 수출의 길도 열려가고 있던 터였다. 축산 농가의 모든 기대가 또다시 무너져 내렸다.

왜 또, 왜 경기도에서 뚫렸는가.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고 자신하지 않았나.

올 1월 21일,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는 AI 발생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대만, 홍콩 등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이곳에서의 철새 이동으로 AI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5월까지를 AI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했다. 24시간 상황실도 운영키로 했다. 12개 위험지역을 자체 지정해 예찰 활동과 분변 모니터링도 벌인다고 했다. 그 위험 지역에는 이천 복하천도 있었다. 그랬는데 뚫렸다.

방역 당국은 이번 이천 AI 발생 경로를 철새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지역 농가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사실이라면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의 대처에 문제가 있음을 짐작게 한다. 연구소는 철새가 날아드는 ‘하늘’을 막고 있었는데, AI는 사람과 장비가 돌아다니는 ‘도로’로 들어왔다는 얘기다. 감염 경로에 대한 예측이 틀렸거나 방역 비중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어느 쪽이든 방역은 실패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 경로를 찾고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AI는 늘 참혹하다. 고립된 농가는 생명 있는 가금류를 땅속에 묻는다. 투입된 방역 인력들은 밤낮없이 사투를 벌인다. 통제된 지역 주민들은 고통을 감수한다. 한 마디로 아비규환이다. 그런데 이런 아비규환 때문에 덮이고 넘어가는 핵심이 있다. 감염 경로를 철저히 파헤치고 그 허점과 문제점을 짚어내는 작업이 소홀히 다뤄졌다. 방역 당국의 노고(勞苦) 앞에 방역 당국의 책임(責任)이 생략되고 넘어간 것이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반드시 그 구멍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책임져야 할 곳이나 책임져야 할 사람이 확인되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안 그러길 바라지만 경기도의 AI 정책이 이번 말고도 계속 뚫릴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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