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표를 달라는 당신, 참 뻔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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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군은 힘들게 취업전선을 뛰어다니다 어느 출판사에 인턴사원으로 취업을 했다. 20대 후반의 P군은 대기업이나 공무원의 꿈은 접었지만 그래도 직장을 얻었다는데서 열심히 근무를 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밤 11시까지 무려 15시간을 일했고 점심은 라면이나 거리에서 떡볶이 등으로 때웠다. 급여일이 되어 경리부장에게 통장 사본을 제출했다. 그러나 경리부장은 좀 더 출판기술을 익혀야 급여가 나간다며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그래서 P군은 빨리 일을 배워 급여를 타려고 더 열심히 일했다. 일요일도 없었고,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파김치였다.

 

3개월이 지나서야 급여를 받기 시작했는데 겨우 50만원. 2년이 되어 정규직이 되면서 100만원이 되었다.

 

이처럼 애처롭게 직장의 끈을 붙잡고 힘들게 사는 젊은이들-그들을 일컬어 ‘열정페이’라고 한다. 직장을 얻었다는 것으로 만족하여 열정만 갖고 일하라. 급여는 묻지도 말며 몸을 불태워 일만 하라는 ‘열정페이’.

 

어떻게 이들에게 결혼을 하고 집을 마련하라고 할 수 있을까? 삶의 질은 고사하고 어떻게 이들에게 아기를 낳으라고 할 수 있을까?

 

아예 ‘열정페이’도 할 수 없는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실업율은 12.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백수로 놀고 있는 29세 이하의 젊은이가 56만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다.

 

이래서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 삼포시대, 오포시대, 철포시대… 마침내 니트족에 이르기까지 우리 젊은이들의 대화에는 ‘꿈’이 아닌 자조와 냉소의 우울한 신조어들이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에 연간 10만대의 중국 자동차 ‘주룽(九龍)’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협약식까지 마쳤다고 한다. ‘주룽’은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생산에 앞서 내년부터 2년 동안 전기 승합차 3천대를 들여와 한국시장에 내놓을 계획.

 

그냥 승합차가 아니라 ‘전기’로 운행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국에 가면 거리를 달리는 우리 현대차를 보고 기분 좋아했던 것은 이제 반대로 중국 사람들이 서울 거리를 누비는 중국차를 보고 으쓱할 날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중국에 역전패 당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인 것이다.

 

잘 나가던 조선 경기도 심각하다. 조선소가 많은 경남 거제시에는 불경기 여파로 문닫는 식당과 상점들이 매일 늘어나 4개월 동안 1천600곳이나 된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자동차, 철강, 조선… 곳곳에서 험한 파도가 들이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가계 부채는 1천200조라는 기록을 깬지 오래되었고 이자가 높은 제2 금융권에서 빌린 주택담보 가계대출은 100조를 넘었다.

 

남북문제, 특히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판을 보면 짜증이 날 뿐이다. 이런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없고 이번 413 총선거에서 보여줄 의지는 더더욱 없다.

물론 정당마다 공약이라는 것이 있지만 어떻게 하면 유권자의 귀에 솔깃한 반응을 일으킬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지 진정성 없는 구호의 나열일 뿐이다. 국민을 생각하는 이 시대의 심각한 고민, 특히 길 잃은 젊은이들을 위한 꿈도 없다.

 

선거를 앞두고 그들이 고민하고 싸운 것은 계파의 공천 전쟁일 뿐, 이런 진정성 있는 토론도 없었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도 표를 달라며 굽실대는 당신, 참 뻔뻔하다.

 

변평섭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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