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떡하니 가로막고 보행자는 어디로 건너라고
30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의 한 횡단보도. 신호등 기둥과 옆 전봇대를 이용해 ‘계양에서…’라고 쓰인 한 정당의 현수막이 낮게 걸려 있었다. 보통 체격의 남성이 현수막에 머리를 부딪쳐 인상을 쓰면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비슷한 시각 계양구 동양동의 한 사거리 앞 신호등에도 ‘그린벨트…’라고 쓰여 있는 한 정당의 정책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 뒤편에는 지자체가 설치한 유료 현수막 게시대가 있지만, 선거 현수막으로 인해 홍보 문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특히 부평구 부평동의 한 길가엔 일부 정당이 내건 현수막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횡단보도에 널려 있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주민 A씨(46)는 “아무리 선거철이라지만 정당이 내건 현수막이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거나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일반인이 내건 현수막은 즉시 철거하고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선거철을 맞아 지역 곳곳에 내건 각 정당의 정책 현수막은 엄연한 옥외광고물인 만큼 옥외광고물 관리법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각 정당이 정책 현수막을 구당 400~500개를 남발해 도시미관 저해는 물론 교통장애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도 지자체는 정치인 및 정당의 눈치만 보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계양구 한 관계자는 “3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만큼 정책현수막 정비를 각 정당에 요구했다”며 “이후 수거되지 않은 현수막에 대해서는 일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정당이 주장하는 ‘정당법에 의한 설치물’은 선언적 규정일 뿐 옥외광고물 관리법 등을 어겨선 안 된다”며 “정책 홍보도 중요하지만, 주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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