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칼럼] ‘문제는 정치인이야, 바보야’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이연섭논설위원2.JPG
선거 때면 늘 요란하다. 국민을 위하는 양, 나라를 걱정하는 양 호들갑이다. 국회의원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 얘기다.

 

말을 참 잘한다. 구호도 그럴듯하다. 선거 슬로건은 번지르르하다. 하지만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다.

 

20대 총선이 보름도 남지 않았다. 여야는 이번에도 톡톡 튀는 선거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에 임하는 각오와 선거전략을 유권자에게 선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저마다 상대 당의 심판론을 앞세우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도긴개긴이다.

‘뛰어라 국회’ ‘문제는 경제’ ‘문제는 정치’

새누리당은 ‘뛰어라 국회야, 잠자는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일하는 정당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조동원 당 홍보본부장은 “19대 국회는 식물국회가 됐지만 20대 국회는 그렇게 되면 안된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새누리당만 해결할 수 있는 만큼 과반 의석을 만들어 일하는 국회가 되게 해달라는 호소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후보들에게 △일자리 개혁 △청년 독립(청년의 주거ㆍ재정독립 지원 공약) △40∼50대 재교육 △마더센터(여성의 임신ㆍ출산·육아문제를 지원하는 센터) △갑ㆍ을 개혁(불평등ㆍ불공정 관계 청산) 등 5대 핵심공약을 내년 5월31일까지 완수하지 못하면 1년치 세비를 반납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쓰도록 했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현재까지 30여명이 서명을 했거나 동참을 약속했다. 누가 봐도 정치쇼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에 대한 ‘경제심판론’을 선거 기조로 삼아 선대위 명칭부터 ‘더불어경제선대위(약칭 경제선대위)’로 정했다. 더민주는 총선의 메인 슬로건을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로 정하고, 서브 슬로건을 ‘4월 13일은 털린 지갑을 되찾는 날’로 정했다.

이재경 선대위 대변인은 “메인 슬로건은 경제문제를 먼저 부각해 투표라는 행동으로 이끌겠다는 뜻을 담았다”면서 “이번 선거를 ‘새누리당 8년의 경제 실패 대 더민주의 경제 살리기’ 구도로 이끌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슬로건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직접 제안했다. ‘잃어버린 8년 경제 실패 심판’을 통한 서민과 중산층 등 경제적 피해를 입고있는 대상을 타깃으로 경제주권을 회복시키겠다는 당 총선 기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새누리당의 ‘경제 실정’이 비난받고 있지만 더민주의 ‘국정 발목잡기’가 경제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다.

총선 슬로건, 구호 아닌 실천이 중요

국민의당은 메인 슬로건을 ‘문제는 정치다, 이제는 3번이다’로 정했다. 또 ‘1번과 2번에겐 기회가 많았다, 여기서 멈추면 미래가 없다’를 서브 슬로건으로 삼았다. 오만한 여당을 심판하고, 무능한 야당을 대체하자며 기존의 양당 체제를 겨냥한 것이다.

 

천창호 기획조정국장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면서 “제3당이 등장하면 정치에 경쟁이 도입돼 민생을 챙기게 된다는 뜻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일하는 국회론’을, 더민주는 ‘경제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본질은 정치다”라는 국민의당 말이 맞긴 맞는데 이 당이 뭘 바꿀 수 있을 지는 의심스럽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슬로건은, 1992년 미국 대선 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를 응용한 것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을 대신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문제는 정치인이야, 바보야’.

 

말만 앞서는 정당, 밥그릇 싸움만 하는 정당, 발목 잡는 정당, 책임지지 않는 정당, 민생을 외면하는 정당…. 그동안 국민들이 봐온 정당, 정치인의 모습이다. 이번 총선도 그들만의 말잔치로 끝날 것이 뻔하기에 그저 씁쓸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