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별 공약 그룹핑, 자리 잡아간다

수원 지역 5개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들이 함께했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수원을 ‘일자리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5개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후보들도 공통 공약 선언식을 가졌다. 이들은 ‘수원에 걸맞는 특례시 실현’을 공통의 목표로 선언했다. 양당 모두 선거구별 공약 가운데 서로 힘을 합쳐야 이행이 가능한 항목들을 공통 공약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무려 5개로 쪼개진 선거구의 한계를 공약 그룹핑으로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지역을 초월하는 공약 그룹핑도 눈에 띈다. 오산 지역에 안민석 후보와 화성 지역에 이원욱 후보는 ‘천(川)변 생태 문화 벨트 조성’을 함께 공약했다. 인접한 기흥 저수지와 오산천의 개발을 연계하는 구상이다. 기흥 저수지의 현안은 수질 개선이고, 오산천의 현안은 생태 복원이다. 기흥 저수지와 오산천은 하나의 수원(水源)으로 연결된 천이다. 연계하지 않을 경우 어느 한 쪽의 노력은 실현이 불가능하다. 두 후보가 이 문제 해결을 공통 공약한 이유다.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의 공약 그룹핑(Guping)을 강조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선거구 획정의 파행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당시 선거구 기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바꾸라는 결정이었다. 지금의 선거구는 이런 헌재의 숫자 명령에 의해 획정됐다. 이러다 보니 지역구가 행정 구역과 전혀 맞지 않는다. 실생활을 규제하는 행정 권역과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 권역이 달라진 선거가 된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권역별 공통 공약이다. 본보가 공약 그룹핑을 강조한 것도 이런 정치 환경 때문이었다.

아쉽다면 등장하는 공통 공약의 내용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껏 발표된 공통 공약을 보면 그 내용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 어느 공통 공약은 구체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잘 갖추고 있다. 공통 공약이라는 기본 목적에 충실한 공약이다. 반면, 다분히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공통 공약도 있다. 이는 공약의 그룹핑이라기보다는 합동 선거 운동 수준이다. 어느 쪽으로 눈길이 가겠는가. 당연히 전자(前者)가 윗길이다.

선거는 8일 남았다. 짧다고만 할 수 없다. 본격 선거 기간 중 절반 이상이다. 공약 그룹핑의 시간은 충분하다. 이제라도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발표하기 바란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중 상당수가 “공약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물론 이때의 공약은 실현 가능한 공약이다. 그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 권역별로 약속하는 것이다. 받자마자 버려지는 명함 돌리기보다 공약 그룹핑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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