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기록 또 경신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 8층에서 진행된 제17회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무제'(Untitled)는 치열한 경합 끝에 약 48억6천750만원(3천300만 홍콩 달러)에 낙찰됐다.
이로써 이 작품은 지난해 10월 5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47억2천100만원에 낙찰된 같은 작가 김환기의 1971년작 전면 점화(點畵) '19-Ⅶ-71 #209'를 제치고 국내 작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최고가 작품은 2007년 5월 45억2천만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였지만 그 사이 김환기의 작품이 두 번이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크기가 다른 작품이지만 6개월 만에 1억4천650만원이 더 비싸졌다.
서울옥션 홍콩 경매 진행자는 김환기의 '무제' 작품에 대해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이라고 소개한 뒤 29억5천만원(2천만 홍콩 달러)에 경매를 시작했다.
한국인을 포함해 현장에서 7~8명의 응찰이 이어지다가 3천만 홍콩 달러를 넘어서자 유럽 컬렉터가 전화로 응찰하는 등 경합이 벌어졌다.
총 15회에 가까운 경합이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지난해 10월 경매 최고가를 넘어섰고 결국 현장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낙찰자는 홍콩인 남성 컬렉터로 알려졌다.
경매 진행자는 경매를 마무리하면서 "작가 최고가이자 한국 미술품 최고가"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제작연도, 패턴, 사이즈 등이 거의 유사하다.
김환기는 뉴욕 거주 시절에 가장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여줬다.
서울옥션은 "파리 시대와 서울시대를 포함하는 1950년대까지 그의 예술이 엄격하고 절제된 조형성 속에 산, 달, 새 등 한국 고유 서정의 세계를 구현했다면 1960년대부터 시작된 뉴욕 시대 작품은 점, 선, 면의 조형 요소로 발전돼 본격적인 추상 작업이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김환기의 작품이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한 것은 작가 특유의 조형성이 컬렉터들로부터 큰 호응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단색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외국인이 관심을 가지면서 김환기 화백이 단색화의 '시원'격으로 알려진 것 같다"며 "김 화백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진 결과"라고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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