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포워드 문성곤(23·195cm)은 지난해 가장 높은 곳에서 출발했다. 10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호명돼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대학리그 최우수선수(MVP), 국가대표 포워드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그였다. 자연스레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듯 보였다.
하지만 데뷔 시즌 성적은 초라했다. 양희종과 이정현 등 국가대표 출신 선배들과 주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지난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평균 7분30초를 뛰는 데 그쳤다. 평균 득점은 1.4점으로 대학리그 최고 슈터라는 그의 명성에 한참 부족했다. 신인왕도 6순위 출신 LG 정성우에게 내줘야 했다. 문성곤은 “1순위로 입단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문성곤은 지난 시즌의 아픔을 뒤로하고, 지난달 27일 훈련을 시작했다. 플레이오프가 끝난 지 보름도 채 안 된 시점이었지만, 그동안 보여준 게 없었기에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문성곤은 “힘이 없으면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느꼈다”며 “몸을 키우기 위해 일찌감치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문성곤은 사실 고려대 재학 당시에도 아픔을 겪었다. 팀은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정체돼 있는 것만 같았다고 한다. 득점은 두자릿수를 겨우 찍고, 자신 있어하던 3점슛 성공률도 20%에 턱걸이하는 수준이었다. 문성곤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느낌이었다”며 “‘과연 내가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밀려왔고, 농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흔들리던 문성곤을 다잡아준 건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었다. 당시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유 감독은 문성곤을 대표팀으로 소집해 집중 조련했다. 특히 수비와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지게끔 도왔다. 문성곤은 “유재학 감독님이 가르쳐주고, 칭찬도 해주시니 자신감이 생겼다”며 “덕분에 농구에 다시 흥미를 붙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성곤은 현재 웨이트 트레이닝과 밸런스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87㎏에 불과한 몸무게를 93㎏까지 늘이겠단다. 기복이 심하단 지적이 따른 3점슛을 보완하는 것도 과제로 삼았다. 문성곤은 “대학 시절에도 그랬듯 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싶다”며 “극복한다면 두, 세 단계 성장한 내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팀이 다음 시즌 통합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벤치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승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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