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발간 당시부터 좌편향성 논란을 부른 친일인명사전을 도내 중ㆍ고교에 강제 배포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교육청은 친일인명사전 한 질(전 3권) 구입예산 30만원을 ‘역사교육자료 지원비’ 명목으로 751개 중ㆍ고교에 내려보내 구매토록 했다. 이미 인명사전을 구입한 338개 학교는 제외했다. 도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오는 21일까지 구매했다는 정산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이와 함께 친일인명사전을 교사 연구 및 수업 참고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상당수 학교가 불만을 표하고 있다. ‘편향된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도교육청이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필요하다고 신청도 안했는데 예산이 없다면서 학교마다 30만원씩 일괄 배정해 구입케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등 부정적 반응이다.
좌파 성향의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역사 속 인물을 평가할 때 한 측면에서만 볼 수 없는데도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일제시기 행적만을 따져 친일 인사를 분류했다. 친일 인사로 인명사전에 오른 4천389명은 광복 직후 친일 인사 처벌을 위해 설치된 반민특위가 분류한 688명보다 5배나 많다. 을사늑약을 통렬히 비판한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집필해 옥고를 치른 장지연 등 항일 인사와 국가적ㆍ역사적 공적이 두드러진 인물도 상당수다. 여기에 친일 논란이 일었던 좌파 인사를 제외하는가 하면, 유족의 끈질긴 항변으로 최종 명단에서 빼주기도 했다.
친일인명사전 강제 배포는 서울시교육청이 먼저 시작했다. 이를 놓고 아직까지도 시끄럽다. 서울사립 중ㆍ고교 교장들은 “교육청과 시의회의 구매 강요가 교장ㆍ학부모ㆍ학생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성명을 냈다. 학교를 이념 논리의 장으로 만들지 말고 구매 여부를 자율에 맡겨달라는 호소였다. 자율교육학부모연대는 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예산집행을 정지시켜 달라면서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교육부도 학교의 자율적 도서구입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의 관련 예산 사용 적절성을 따져보겠다고 했다.
이렇게 논란이 크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데 도교육청이 왜 서울시교육청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교육현장이 다시 이념 논쟁의 격랑에 휘말릴까 우려스럽다. 객관성 논란을 빚은 친일인명사전으로는 학생들에게 편향된 역사의식만 심어줄 것이다. 이제라도 강제 배포를 중단해야 한다. 우선 ‘오는 21일까지 구입 후 정산서 제출’을 요구한 공문부터 철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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