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소방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소방대원들이 길거리에서 시민과 시비 붙어 싸움을 벌였다. 공직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저버린 짓이다. 파출소로 연행된 뒤에는 경찰관을 밀치고 난동을 부려 수갑까지 찼다. 공직자를 떠나 시민으로서의 기본자세마저 저버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락을 받은 소방서에서는 불 끄는데 투입돼야 할 소방차를 몰고 파출소로 갔다. 소방서가 가져야 할 기본 책무를 저버렸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빚어진 당시 상황이다. 사건은 2일 새벽 1시 20분께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선부파출소에서 발생했다. 이 시각 안산소방서 관내에서는 실용음악학원에서 화재가 진압되고 있었다. 결국, 2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친 대형 화재였다. 그 와중에 소방관 2명이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리고, 동료 소방관 5명은 소방 펌프카까지 몰고 가 ‘동료 구출 작전’을 벌였던 것이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소방서 측은 “난동을 부린 소방관들은 쉬는 날이었고, 소방차를 파출소로 보낸 것은 유사시 출동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말이 안 된다.
공직자의 신분은 평일이든 휴일이든 한결같아야 한다. 특별한 도덕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공직자의 자세는 유지해야 한다. 그런 공직자가 시민과 싸움하고 경찰관에 행패를 부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쉬는 날 벌어진 개인적 행동에 왜 소방관들과 소방차가 출동하나. 이미 파출소에서 범법행위로 적발됐으면 법에 따라 처벌받게 두었어야 했다. 그걸 어떻게 해 보겠다고 출동한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고 했다. 이 경우가 그렇다. 소방관들의 격무는 국민이 다 안다. 열악한 처우도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 화재 현장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소방관 사진에 전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사건 당일 그 시각에도 동료 소방관들은 실용음악학원에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목숨 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런 모든 노력들이 몰지각한 공무원과 생각 없는 소방서 때문에 묻혀 버렸다.
철저히 조사하고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시민과 싸움하고 파출소에서 난동 부린 소방관들에 대한 처벌은 경찰이 알아서 할 일이다. 우리가 지켜보려는 것은 동료를 구한다며 시민을 버리고 파출소로 달려간 소방관들의 행위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라며 소방차 출동을 묵인한 소방서의 결정이다. 부적절하게 출동한 소방관, 그런 결정을 내린 책임자 모두를 징계해야 한다. 지금도 묵묵히 근무하고 있을 수많은 소방공무원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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