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조작’ 공시생, 1차 시험 문제지 훔치려고 교직원 사칭해 몰래 침입…학원 측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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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성적조작 공시생, 연합뉴스
성적조작 공시생.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씨(26)의 성적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송씨가 본 시험에 앞서 치러진 지역 응시자 선발시험 문제지를 훔치기 위해 교직원을 사칭했다는 자백을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제주지역 A대학을 다닌 송씨가 지난 1월 지역 선발시험을 거쳐 학교 추천을 받아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응시자로 뽑힌 과정을 조사하던 중, 송씨로부터 “선발시험 문제지와 정답지 등을 훔쳤다”는 자백을 받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했다.

지역인재 7급 공채는 지역 대학으로부터 우수 인재를 추천받아 응시 자격을 주는 제도로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인 공직적격성심사(PSAT), 면접 등으로 진행된다.

A대학은 서울 모 고시학원에 의뢰, PSAT 모의시험을 치러 추천 대상을 뽑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송씨는 대학이 PSAT 문제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한 학원 5곳에 대학 교직원을 사칭,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한 학원에서 문제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지난 1월8일 서울로 올라와 해당 학원 내부를 탐문한 뒤 문제지와 답안지 등이 보관된 위치를 확인했고, 이틀 후인 1월10일 정오께 다시 학원을 찾아가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문제지 1부와 정답지 2부 등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훔친 문제지와 정답지를 숙지한 뒤 같은 달 23일 학교에서 치른 선발시험에서 평균 81점을 얻어 A대에선 1위로 응시자 추천을 받았지만, 지난달 5일 인사혁신처가 주관한 본 시험에선 과락(40점)을 간신히 넘는 45점을 받았다.

경찰은 두 시험 간 점수차가 지나치게 큰 점을 의심, 송씨를 추궁해 전날 1차 자백을 받고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학원 측은 경찰에서 문제지와 정답지를 도난당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 측은 ‘문제지 등을 1월9일 늦은 시각 인쇄소로부터 가져와 사실상 창고로 쓰는 2층 강의실에 잠시 뒀는데 다음날 도난당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도난당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송씨는 지난달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침입, 채용 담당자 컴퓨터를 조작,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을 합격권으로 올리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허행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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