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지식정보화 경쟁에서 이기도록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하기로 했다. 오는 2025년까지 매년 100억원씩 총 1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1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국내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초고성능컴퓨팅(HPC) 사업단’을 설립한다. 일명 슈퍼컴퓨터로 불리는 초고성능컴퓨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ICT 분야 첨단기술의 집합체로 대규모 데이터를 고속으로 저장ㆍ분석ㆍ처리함으로써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의 기반기술로서 의의를 지닌다. 쉽게 설명하면 보통의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운 대용량의 정보를 더 빠르게 풀 수 있는 컴퓨터를 뜻한다.
하지만 국내 초고성능컴퓨팅 시장의 95% 이상을 글로벌 기업이 점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및 기술 경쟁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우수한 연구자원들이 배출돼도 지속적으로 역량을 높여 나갈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번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첫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로 단순한 슈퍼컴퓨터 개발뿐만 아니라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가 가능한 최상급 인력의 양성, 기업과의 공동 연구 및 기술이전 등을 통한 산업계의 활력을 높인다는 의미도 가진다.
국내 슈퍼컴퓨터 개발전략은 총 3가지로 진행된다. 첫째는 수요가 있는 단계적 개발이다. 기존의 슈퍼컴퓨터 개발경험과 공공부문의 슈퍼컴퓨터 실수요 등 국내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한다. 기술을 위한 기술 개발이 아닌 수요가 있는 필요기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PF(PetaFLOP, 페타플롭)에서부터 30PF까지 10년이라는 장기간 계획을 통해 차례대로 개발한다. PF는 1초당 1천조번의 소수점 계산이 가능한 연산 처리 속도를 의미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다. 지난해 재난ㆍ환경 분야 조사 결과 9개 부처에서 해양예보, 산불ㆍ산사태 예측 등의 용도로 1PF 내외의 슈퍼컴퓨터 수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와 셋째는 개발주체 간 협업과 기술개발기업 성장 지원이다. 슈퍼컴퓨터는 국내 특정 산ㆍ학ㆍ연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위해 개발 주체 간 분산된 기술ㆍ비법 등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는 ‘초고성능컴퓨팅 사업단’을 구성한다. 또 슈퍼컴 개발 체계(스토리지, 운영체제, 보드제작 등)별로 중소기업의 참여를 보장,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제 인지도를 높여나갈 수 있도록 한다. 국내 초고성능컴퓨팅 시장은 약 2천6백억원정도로 세계 시장의 2.5%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개발을 계기로 기술 개발 및 해외 시장 진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슈퍼컴퓨터 수요를 늘릴 수 있도록 공공부문에 대해 주기적으로 조사ㆍ발표하고 부처 및 공공기관이 국산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최근 알파고 등 인공지능의 발전은 대규모 데이터의 고속 처리가 가능한 슈퍼컴퓨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인적ㆍ기술적 역량을 구체적인 성과물로 입증하고, 산ㆍ학ㆍ연 등 다양한 주체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개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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