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추모하며 예술의 존재 가치 묻고 확인하는 문화예술 콘텐츠 주목
잔혹한 4월이다. 잊으라 유혹하듯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을 쫓던 시선이 노란 리본에 닿아 오도카니 멈춘다. 2014년 4월 16일, 고통스러운 그 날에서 벌써 2년이나 흘렀다. 아직도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진실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네 탓 공방이 여전하다. 죽음에 대한 슬픔은 사회를 향한 분노가 됐고, 부실 한국에 대한 체념에 다다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공공문화예술기관이 나섰다. 문화예술로 추모하고, 기억하고, 위무한다. 경기도미술관(관장 최은주)의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과 안산문화재단(대표이사 강창일)의 추념음악회
◇시대의 비극 앞에서 예술가의 역할 묻는 경기도미술관 <사월의 동행>展
경기도미술관을 가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앞에는 16일 10m 규모의 거대한 검은 연꽃이 핀다. 최정화 작가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헌화하는 작품 <숨 쉬는 꽃>이다. 미술관 입구로 들어서면 살아있는 우리 이웃 304명이 손가락 전체에 봉선화 물을 들이고 기도하는 손 사진이 펼쳐진다. 조소희 작가가 시대의 아픔을 동행하는 방법으로 표현한 작품 <봉선화 기도 304>다. 그 기도가 하늘에 가닿았을까. 빛이 된 304명의 존재를 어둠속에서 확인하고 새로운 생성을 떠올리게 하는 조숙진 재미작가의 <천국의 얼굴>을 전시한다.
도미술관의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에서 볼 수 있는 신작들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대표적 중견작가들의 신작을 공개하는 ‘동행하다’를 비롯해 참사 직후 지난 2년간 시각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꾸린 ‘기억하다’, 같은 기간 건축ㆍ사진ㆍ디자인ㆍ문학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부문의 실천하는 예술가들의 기록을 아카이브전 형식으로 선보이는 ‘기록하다’ 등 총 3개로 구성했다.
참여 작가는 강홍구, 노순택, 안규철,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 등 총 22인(팀)이다. 이들은 아릿하고, 그래서 날카롭게 벼린 작품들을 내놓았다. “우리 아이들이 아마 지금쯤이면 읽을 수도 있었을 책”을 관객이 직접 읽어주고 듣는 참여형 프로젝트인 안규철 작가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 팽목항 현장에서 목격한 유가족의 뒷모습을 그린 박은태 작가의 <기다리는 사람들>, 희생된 아이들의 방을 촬영한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의 <아이들의 방> 등이다. 불합리한 사회와 충돌하고, 전복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했던 지난 수 천 년 동안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최은주 관장은 “그 어떤 정치적 접근도, 해석도 반대한다. 현대사회의 예술의 역할을 묻는 것에서 출발했다. 전문공공문화예술기획기관으로서 관객과 현실을 직시하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미술관은 16일 오후 2시 관람객이 시 3편을 동시에 낭동하는 개막 퍼포먼스, 작품에 대한 감상을 활동지에 표현하고 이를 전시하는 <내 마음의 동행>, 손에 봉선화 물을 들이며 기다림과 희망을 생각해보는 <봉선화 기도> 등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각각 진행한다. 전시는 오는 6월26일까지 이어진다.
◇음악으로 공동체 상처 치유 나선 안산문화재단 무료 추념음악회
안산문화재단은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오는 15일 추념음악회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상연한다. 특히 누구나 듣고 함께 비극을 기억하고 위로하기 위해 무료로 진행한다.
이 무대에서는 뉴안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김희송)가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을 연주할 예정이다. 뉴안산필은 이번 추모음악회를 위해 안산의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해 꾸린 75인조 악단이다.
테너 강무림, 신동호, 소프라노 신지화 등이 <목련화>를 비롯해 <수선화>, <기다리는 마음> 등 우리 가곡과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 팔보의 <내 말을 전해주오> 등을 노래한다.
또 안산시립합창단은 <진달래꽃>과 <우리>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남은 자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특히 416가족합창단이 출연해 추모음악회의 의미를 더한다. 416가족합창단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평화의나무합창단 단원, 시민 등으로 구성했다. 세월호 참사 500일을 맞아 열린 무대에도 올랐던 416가족합창단은 이번 공연에서 <어느 별이 되었을까>와 <사랑합니다>를 부를 예정이다. 이 공연 관람권 신청은 전화(080-481-4000)로 선착순 접수받고,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해돋이극장 로비에서 예약자에 한해 순서대로 배부한다.
강창일 대표이사는 “문화예술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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