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날 늦은밤 “바쁘다 바빠” 세상서 가장 값진 ‘투표빵’ 탄생

안양지역 10대 청소년 봉사단체 ‘클릭’

▲ 안양지역 6개 중고교 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클릭이 413 총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에게 손수 제작한 투표빵을 나눠주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투표일을 하루 앞둔 12일 학생들이 선거당일 유권자들에게 나눠줄 투표빵 500개를 만들고 있다. 김시범기자
학교에 가지 않아 늦잠을 잘 수 있는 선거 공휴일에 새벽부터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선거 홍보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안양지역 10대 청소년 봉사단체 ‘클릭’ 학생들이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하루 전날인 12일 밤 10시께. 야간자율학습과 학원수업 등을 마치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하나 둘 안양의 한 상가로 모여들었다. 상가 내 한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테이블에는 카스텔라, 소보루, 파운드케이크 등 수십개의 빵이 준비돼 있었다.

학생들은 한 손에 투표도장 모양이 뚫린 코팅된 종이를, 다른 손에는 하얀색 슈가파우더를 들고 빵 위로 조심스레 뿌려나갔다. 종이 위로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리자 빵에는 투표도장 모양과 투표라는 글씨가 새겨진 ‘투표빵’이 완성됐다.

 

이들이 투표빵을 만들게 된 이유는 투표율을 높이고자 시민들에게 선거 독려 캠페인을 벌이기 때문. 이를 위해 10여명의 학생들은 선거 당일인 오전 10시30분 안양역 앞 광장에서 투표도장 모양이 새겨진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투표율이 높아야 우리 동네가 발전해요’라는 구호를 외치며 손수 만든 500개의 투표빵을 나눠줄 예정이다.

 

이 캠페인은 클릭의 박성정양(18·안양여고)과 임예진양(17·성문고)의 작은 깨달음으로부터 시작됐다. 외국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을 보던 두 학생은 가난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힘든 삶에 지쳐 투표에 참여하지 않자, 뽑힌 정치인들은 해당 지역을 위해 어떠한 일도 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주민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고 두 학생은 소중한 한 표로 시민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지역을 위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박양은 “지역 대표자를 뽑는 선거에 관심이 없다면 결국 우리에게 피해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는 유권자가 아니기에 이 같은 캠페인을 진행해 더 많은 어른들이 유권자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투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어르신들의 주거지부터 투표소까지 직접 제작한 화살표를 부착,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화살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특정 정당과 후보를 지지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면서도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특히 이 모든 것은 학생들의 세뱃돈과 용돈을 모아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작은 정성이 모인 캠페인은 13일 새벽 4시~6시 화살표 붙이기로 시작해 오전 10시30분 안양역 광장에서 500개의 투표빵 나눠주기로 진행된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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