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야한다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13일 전국에서 실시됐다. 정치에 혐오를 느낀 유권자들이 ‘찍을 후보가 없다’ ‘투표하기 싫다’고 한숨 지었지만 주권을 포기하지 않고 투표에 참여, 58.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19대 총선 투표율 54.2%보다 3.8%p 높다. 경기도는 57.5%, 인천은 55.6%의 투표율을 보였다.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정치 변화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모두 신성한 한표였다.

이번 선거는 여야 모두 공천 파동과 분당 사태 등으로 유권자에게 실망을 안겨주면서 시작됐다. 국민의 기대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한심한 행태를 보여줬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친박’ ‘비박’, ‘친문’ ‘비문’으로 나뉘어 ‘학살’ ‘옥쇄 파동’ ‘패권주의 복귀’ 같은 말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빚더니, 선거전에 돌입해선 정책 대결 대신 무릎 꿇고 ‘사죄’ ‘읍소’하며 표를 구걸했다. 재원조달 계획이 없는 무성의한 선심성ㆍ급조성 경제ㆍ복지 공약도 난무했다. 박빙 승부가 곳곳에서 펼쳐지면서 흑색선전과 상호비방 같은 구태한 선거전도 되풀이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심판론’을,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심판론’, 국민의당은 ‘양당체제 심판론’을 주장하며 표를 호소했지만 유권자 대다수는 누구의 손도 들어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치에 실망을 넘어 혐오를 느꼈던 게 이번 20대 총선이었다.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은 없고 분열과 권력 투쟁만 존재했다.

이제 선거가 끝났고, 앞으로 4년간 민의를 반영하고 입법부에서 국가 중대사를 다룰 국회의원 300명이 결정됐다.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이 이들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와 안보 위기로 국난 상황이다. 오랜 경기 침체 속에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성장 엔진이 꺼지면서 내수가 쪼그라들고 수출도 부진하다. 극심한 양극화, 청년 실업 문제는 사회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여기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 장난으로 계속 우리를 위협한다. 모두 정치인들이 직시해야 할 현안들이다.

지난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생을 철저히 외면한 무책임하고 비생산적인 국회였다. 새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달라진 20대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여야는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정확히 읽고, 겸손한 자세로 이제는 민생 정치로 경쟁해야 한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민생, 경제에 매진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 반목으로 치달았던 정치가 희망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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