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들 희비 교차
4·13 총선결과 여야 잠룡들의 성적표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 새누리당
총선 참패로 인해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전 경지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잠룡들이 거의 초토화됐다. 김 대표는 14일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선거참패에 대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부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총선 후 사퇴하겠다”고 말한 바 있으나 총선에서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 심판을 받게 되자 선거를 진두지휘한 입장에서 사퇴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여권의 안방인 대구 수성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완패해 상당한 정치적 내상을 입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더민주 정세균 후보에게 무릎을 꿇어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받았다.
잠룡들의 몰락으로 새누리당은 당분간 대안찾기에 골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구원투수’로 거론하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일단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있던 인사들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남 지사는 1천300만 도를 이끄는 선장이고 60명의 여야 국회의원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입장이라 정치적 위상 또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수도권 승리를 바탕으로 예상외의 성적을 거뒀지만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점 때문에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 말해 선거에 대한 평가를 당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20대 총선을 예상밖 승리로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더이상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탓에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총선에 출마한 측근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한 반면 김부겸 전 의원은 여권의 안방인 대구에서 31년 만에 탄생한 정통 야당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뛰어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잠룡은 손학규 전 상임고문으로, 정계를 은퇴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측면 지원한 측근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는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손 전 고문의 현장방문으로 분위기를 쇄신시켜 당선의 영예를 안은 도내 당선인은 수원갑(이찬열)과 성남분당을(김병욱)·광주을(임종성) 등이다.
또한 최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유세현장에 보내 측면에서 선거전을 도와 당선시킨 지역은 시흥을(조정식), 용인을(김민기), 고양병(유은혜) 등 전국 10여 곳에 달한다.
■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녹색바람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 교섭단체 구성은 물론 호남에서 절대 우위 의석을 차지하며 야권 잠룡으로서의 확실한 위상을 구축했다. 특히 전국 정당득표율에서 더민주를 제치고 2위를 기록한 것은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비중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승리한 곳이 호남에 치우쳐 ‘호남지역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이 과제로 여겨진다.
그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의 승리가 아니라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민 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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