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인근 주택가, 상춘객 몰려 주차몸살

“등산객 차 때문에 차 댈 곳이 없고, 차도 빼지 못해 외출도 못합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인천 계양산 아래 계산동의 한 주택가. 주택가 골목은 왕복 2차선 이면도로지만, 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승용차 1대도 겨우 지날 정도로 좁았다. 

서로 마주 오던 운전자 간 승강이를 벌이다 보니 뒤따르던 차량이 양쪽 모두 길게 늘어서 꼼짝달싹하지 못한 채 골목길에 갇혔다.

 

인근 다른 골목도 사정은 마찬가지. 도로의 양쪽이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가득하다. 한 차량이 지나다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도로가 좁아지자 40대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주차한 차량의 운전자에게 전화를 걸다 언성을 높였다.

운전자는 “길을 막고 서 있는 차량의 운전자에게 ‘차를 빼달라’고 전화를 했더니, ‘산 중턱이라 당장 차를 빼줄 수 없다’는 뻔뻔한 답변만 들었다”면서 “봄·가을만 되면 등산객 때문에 일대 교통이 아예 마비돼 불편이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곳곳에서는 승용차를 몰고 온 등산객들이 주택가 골목길 곳곳과 빌라 앞 등에 속속 차를 주차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계양산으로 향했다.

 

최근 계양산에 상춘객이 몰리면서 인근 주민이 불법 주차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봄과 가을이면 반복되는 일상이어서 주차 단속 및 주차장 확충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7일 구 등에 따르면 계양산 인근에 공영주차장 176면 등 모두 470면의 주차면을 설치, 운영 중이다. 그러나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등산객이 주차비를 아끼려 주택가 골목에 불법 주차를 일삼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경찰과 구청 등에 지속적으로 신고와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이면도로 이외에 빌라 앞 등 골목길엔 아예 불법 주차 단속이 불가능한데다 견인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계양산 자락이라는 지역 특성상 골목길이 경사가 심하고 폭이 좁아 사고 위험도 커 불법 주차의 악순환을 끊을 근본적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구 관계자는 “현수막 설치 등으로 상춘객의 대중교통이용을 최대한 독려하겠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민원 다발지역을 특별단속구간으로 지정해 견인조치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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