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 받는 한국인 소무역상] 1. 국민 고통에 뒷짐진 조국

정부 외면, 노숙보다 슬프다

수십명의 국민이 중국에서 배편을 구하지 못해 며칠동안 사실상 강제 억류됐다. 이처럼 자국민들이 해외에서 그 나라의 국민들에 비해 공공연하게 차별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한국인을 역차별하면서까지 자국민 보호에 나서고 있어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본보는 타지에서 소외된 국민이란 주제로 한ㆍ중간 해운 운영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한국인 소무역상의 힘겨운 삶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인 소무역상 90여명이 중국 위해항에서 돌아오는 배편을 구하지 못해 지난 10일부터 수일간 강제 체류한 가운데 이들이 길바닥에서 노숙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해양수산부와 평택항 소무역상 등에 따르면 평택항에서 중국 위해항간에 카페리선(승객·차량·화물 등을 실어 나르는 배)을 운행하는 교동훼리는 지난 10일 자 배편으로 중국에 넘어간 한국인 승객 90여명에 대해 ‘중국인 단체가 있어 돌아오는 배편을 구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배편 발권은 사전 예약은 되지 않고 선착순 현장에서 구입하는 것만 가능하다. 이에 자국민 90여명 중 상당수는 1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5일간 중국 길바닥에서 노숙 생활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선사 측은 발권과 관련해 ‘무기한 연기’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을 뿐 정확한 일정 고지나 숙식 마련 등에 대해 어떠한 대책 마련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인 이용객의 증언이다.

이용객 P씨(73)는 “돌아오지 못한 한국인들은 짐이 한가득인 탓에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발이 묶여 버렸다”며 “결국 이용객 상당수는 평택항 배편을 구할수 있을때 까지 위해항구 내 곳곳에서 쪽잠을 자고 숙식을 해결하며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한국인들을 배제한 채 중국인들을 우선해 배편을 구해주는 것은 지난 2009년 한국과 중국이 회담을 통해 정부합작선사를 만들 당시 정한 ‘양국 국민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입장을 보여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 선사를 선정하고 감독하는 평택지방해양항만청과 해양수산부 측은 ‘이번 건은 (교동훼리측의) 사업 운영의 영역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 역할이 자국민 보호인 만큼 국민이 해외에서 이 같은 푸대접을 받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국민이 노숙까지 했다는 것은 결국 한ㆍ중간에 신뢰가 깨질 수 있는 큰 문제”라며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보호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교동훼리 관계자는 “날이 풀리면 배 이용객이 늘어나는데, 이를 우려해 탑승 전 몇몇 승객들에게 돌아오는 배편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전공지까지 했었다”며 “그럼에도 이용객들이 배를 탄 것이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노숙에 대해 책임질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최해영ㆍ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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