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가둬버린 삶…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바치는 소설 ‘못생긴 여자’ 국내 출간

▲ 표지-못생긴
▲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 著 / 김영사 刊

‘레베카’는 보는 이가 혐오를 느낄 만큼 못생긴 여자아이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외면하고,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리고, 이웃들은 곁을 주지 않는다. 우연히 피아노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베카는, 조심스럽게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간다.

 

신인 작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탈리아 문학상 이탈로 칼비노상의 2010년 수상작인 소설 <못생긴 여자>(김영사 刊) 속 주인공의 이야기다. 이탈리아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의 2011년 최종 후보작이자 이탈리아 문학의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는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장편소설이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작가는 못생긴 여자가 어떻게든 예뻐져서 끝내 행복하게 된다는 식의 해피엔딩 혹은 사람의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철저히 외면당한 한 여자가 절망하지 않고 맞서는 고통스러운 삶을 담담하게 그리며, 긍정하고 끝가지 살아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공감되는 지점이 많은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주인공 외 등장인물들도 현실과 맞닿아 작가의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각 인물은 각자 상처나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삶의 안내자가 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인네인 척하는 이웃집 할머니, 뚱뚱하고 수다스러워 사랑받지 못하지만 진심으로 주인공의 친구가 되어주는 루칠라, 삶의 대부분이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는 에르미니아 고모 등이다.

레베카는 유전적 결함 때문에, 잃어버린 것 때문에, 가질 수 없는 것 때문에 남몰래 고통을 감내하는 인물들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알아가면서 자신의 아픔을 조금씩 지워간다.

 

벨라디아노는 모든 삶에는 각기 단점과 아픔이 있으니 서로 단단히 기대고 보듬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듯하다.

 

“난 불행하지 않아. 완전히 불행한 건 아니지. (…) 그냥 그게 내 인생일 뿐이야”라는 주인공의 마지막 목소리가 방증한다.

 

한편 이 작품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영화감독 마르코 벨로치오가 영화 판권을 확보, 스크린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값1만2천800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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