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주택담보대출 탓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려

금융당국이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계 부채를 줄이고자 지난 2월부터 상환능력이 없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는 깐깐한 주택담보대출 심사 정책을 펴면서 대출이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돈을 빌리기 쉬운 저축은행 등을 찾는 것이다.

 

20일 한국은행 경기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의 도내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천5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187억원)보다 8.5배 많았다.

 

이처럼 올해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해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이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도내 예금은행의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천495억원으로 전월 7천63억원보다 432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이 1월 3천400억원에서 2월 1조108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1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계 대출의 주요 원인인 주택담보대출의 상승을 억제하고자 대출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나누어 갚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상환능력이 없으면 돈을 빌릴 수 없도록 심사 규제를 강화해 무분별한 대출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면서 오히려 빚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금융상품 통합 공시 사이트인 ‘금융상품 한눈에’에 이날 공개된 현재 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는 최저 3.20%에서 최고 10.57%로 집계됐다. 이는 시중은행이 판매 중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평균 금리 2.88~5.44%와 비교했을 때 2~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은 경기본부 관계자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줄고 비은행권의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봤을 때 가계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은행대출이 많아지면 가계 빚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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