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가로수 뿌리… 지나는 시민 발목잡아 ‘꽈당’

[현장&] 시내 인도 곳곳 ‘지뢰밭’

▲ 인천시 서구의 한 도보에서 가로수가 비대 성장해 보도블록이 깨지고 일어나는 등 보행자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 인천시 서구의 한 인도에 가로수가 비대 성장해 보도블록이 깨지고 일어나는 등 보행자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가로수 뿌리가 튀어나와 어른도 걷다가 넘어지기 십상인데, 애들이나 어르신 등 약자는 어떻게 다니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20일 오전 7시30분께 인천시 서구 공촌동의 한 가로수 길. 출근을 서두르던 30대 여성이 종종걸음으로 길을 가다 가로수 뿌리에 걸려 바닥에 고꾸라졌다. 잠시 후 빠른 걸음으로 걷던 한 남성도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 신코를 연신 부딪히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오전 10시께 계양구 계산동의 한 가로수 길도 사정은 마찬가지. 산책을 나온 70대 할머니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연신 비틀거리며 한 발씩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가로수 뿌리가 비대해지면서 보도블록의 높낮이가 들쭉날쭉해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가로수 뿌리와 함께 땅속에 묻혀 있던 통신선 일부도 외부에 노출돼 있다.

 

이 밖에도 지역 내 남구·남동구·부평구 등 상당수 지역 가로수길 곳곳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 A씨(29)는 “가로수 밑에 있는 철제 보호판이 일어나고 보도블록이 군데군데 깨져 보기에 좋지 않을뿐더러, 걷다 보면 다리가 걸리는 등 위험하다”면서 “가로수를 작은 수종으로 바꿔 심든지, 아니면 수시로 정비를 해줬으면 하는데 그냥 이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내에 심어진 가로수가 커지면서 철제보호판과 보도블록 파손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 주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미관 확보와 환경정화 등을 위해 모두 20만 6천 그루의 가로수를 식재했다. 그러나 오래전 심어진 가로수가 커지면서 지반을 밀어내 보도블록 파손, 통신선 손상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시와 일선 기초자치단체는 민원이 들어오면 수시로 이 같은 피해를 파악해 정비 등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예 가로수를 뽑아내고 작은 가로수로 바꿔 심어야 하지만, 거대해진 뿌리까지 뽑아내려면 일대 보도블록까지 재정비해야 해 예산이 많이 드는 등 일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병충해나 고사 등을 빼고는 나무를 뽑거나 바꿔 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생육환경조성 차원에서 보호판과 보도블록 등을 꾸준히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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