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강사도 없어… 장애인 교육 ‘차가운 현실’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점자도서관이 지하에 있는데다 이마저도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없습니다”
경기지역 장애인 회원단체들이 장애인들의 자립과 자조, 복지를 위한 각종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부족한 예산 문제로 열악한 교육장과 노후된 장비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회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0일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경기도시각장애인협회의 점자도서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6천여권의 점자책을 구비하고 있는 이곳은 명색이 도서관이지만 지하에 자리잡고 있었다. 내부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고 도서관인지 창고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웠다. 좁은 공간이 수천권의 책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책장 사이는 사람 한 명이 지나가기도 벅찼다.
사실상 시각장애인 혼자서는 책을 찾을 수 없는 곳이다. 도서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편하게 앉아 읽을 자리조차 없어, 장애인들은 협회 직원의 도움을 받아 책을 찾은 뒤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특히 지하에 위치한 탓에 여름이면 습기가 가득해져, 점차책이 훼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협회는 장애인 회원들의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협소한 사무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시설을 갖추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안마침대가 놓인 안마교육장에서 점자교육이 이뤄졌고, 또 다른 교육장에는 교육생이 앉는 의자 뒤로 캐비닛과 점자용지 등 사무용품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었다.
장애인의 취업지원을 위해 무료로 컴퓨터와 사진촬영 교육을 제공하는 경기도장애인정보화협회는 더 큰 난관이 있다. 교육장 내 12대의 컴퓨터가 영상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을 만큼 노후화된 상태로, 시대에 맞는 정보화 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영비가 부족해 교육서비스도 부실하다. 협회 행정처장이 강사를 겸임하며 50명의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과중한 업무로 새로운 강좌개설은 하지 못한 채 오후에만 강의를 운영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농아인협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곳은 청각장애인을 돕고자 수화를 배우려는 비장애인에게 수화교육을 진행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사회복지사와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강사를 고용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자격증은 없지만 수화에 능숙한 청각장애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강사 한명이 모든 강의를 맡아야 해 수준별 수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교육생들은 서울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저렴한 교육비를 내고 다양한 강사와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서울수화전문교육원으로 하나 둘 떠나고 있다. 협회는 강사채용과 수업개설 등을 원하고 있지만 올해부터 수화교육장 개선을 위해 임차한 교육장에 월 110만원의 자부담이 더해지면서 경제적 부담은 더욱 극심해졌다.
이정숙 경기도농아인협회 사무처장은 “협회가 다양한 교육과 시설 등을 제공할 수 있어야 장애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이 운영난에 시달리면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지현·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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