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추락하는 닭고기값
국내 육계농가 대부분 유통사와 위탁계약 사육두수↑… 산지출하가격 작년比 25%↓
업체, 생산·인건비 부담 위탁농가 떠넘기기 정부차원 생산량 조절 등 근본대책 요구
닭고기 산지가격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육 농가가 경영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하림을 비롯해 마니커, 동우 등 닭고기 계열사 간 경쟁에 따른 공급과잉이 원인으로, 이에 따른 피해는 농가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육계 사육두수는 8천200만 마리로 전년보다 5.3%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산지 출하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여 지난달 말 기준 1천450원대(1㎏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나 폭락한 수치다. 계란도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계란 공급물량은 하루 평균 4천200만 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했다.
올 들어 산지 계란가격은 특란 10개 기준 950원~1천원대로 지난해보다 30%가량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계란 전업농가의 생산비용인 1천152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지가격 하락에 따른 비용 부담은 농가에 직간접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닭고기 산지가격이 하락하자 최근 계열업체에서 생산비와 인건비, 가공비 등의 부담을 덜고자 위탁 사육농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국내 육계 농가는 90% 이상이 가공회사(유통)와 위탁계약을 맺어 사육하고 있다.
도내에서 육계 8만 수를 사육하는 A씨는 “기업체에서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농가에 생산비 등 전체적인 비용을 모두 깎고 있다”면서 “각종 이유를 들어 상품성이 저하됐다며 닭 가격을 내리거나 수당을 줄여 1년 전보다 3천만원이나 적은 사육비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어 “타 농가에서도 대금 결제가 밀리거나 병아리 입식을 제때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달리 방안이 없어 모두 줄어드는 이익금을 떠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닭고기 공급과잉이 농가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생산량 조절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중소 계열화 업체 ㈜청정계가 업계의 경쟁심화로 경영실적이 악화돼 문을 닫자 이곳에 납품하던 농가 수십 곳은 현실적인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닭고기 계열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고 생산물량은 확대하면서도 이에 대한 가격은 제대로 지급해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공급과잉 시 혈세를 투입해 병아리를 강제처분하는 수급조절 방식은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업체들이 공급과잉을 줄일 수 있도록 육계 산업을 살릴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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