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SL공사 ‘수영장·야생화단지’ 개방 표류
“악취·먼지 등 피해 보상 격으로 수도권매립지 내 수영장과 야생화단지를 만들어 주민에게 개방한다더니 2년이 다되도록 개방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21일 오전 10시 20분께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공사(SL공사) 출입구. 경비원이 “어디 찾아오셨어요?”라며 가로막았다. 방문처 등 일종의 출입 절차를 밟고 난 뒤 정문을 통과해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AG) 때 훈련장 등으로 사용된 수영장을 찾았다.
하지만, 돌과 흙을 이용해 만든 수영장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곳곳에 잡초가 자라나 있다.
특히 수영장은 내부는 구경조차 할 수 없게끔 출입문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푯말이 걸린 채 굳게 잠겨 있었다.
인근 야생화단지도 마찬가지. 각종 야생화가 피어 있지만, 차량출입 제한 등 사실상 출입이 통제됐다. 매년 봄·가을에 개방해 주민과 관광객에게 꽤 이름이 알려졌지만, 매년 며칠 동안 짧은 시간만 개방하고 있다.
SL공사가 수영장과 야생화단지를 조성해 놓고도 수년간 주민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SL공사가 이들 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SL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 인천과 서울, 경기도가 함께 마련한 예산 737억 원을 들여 매립지 녹색바이오단지 안에 25m 길이의 레인 8개가 있는 9천623㎡ 규모의 수영장을 건립했다. 이에 앞서 매립지 1공구에 86만㎡ 규모의 야생화단지도 조성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 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다. 당시 SL공사는 “이들 시설을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공익시설로 활용하고 매립지 조성으로 피해를 입은 이른바 영향권 주민 등에 대해 경기장을 생활체육시설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A씨(54)는 “주민들 사이에서 ‘악취나 먼지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수영장과 야생화단지를 개방한다며 당근을 던져주더니 역시나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의견이 비등하다”며 “시설 이용을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보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L공사의 한 관계자는 “야생화단지는 매립장 인근에 있어 대형트럭 출입이 잦은 등 안전사고가 우려돼 개방이 어렵다”며 “수영장은 운영자를 찾으려 했지만 두 차례 유찰됐다. 현재 세 번째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개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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