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무대에서 한국 클래식 알리고 있는 정승용 작곡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우크라이나하우스에서 한국의 대표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한국인 지휘자의 지휘와 우크라이나 국립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만들어진 아리랑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세계 각국 500여 관중의 마을을 울렸다. 관중들의 흐느낌과 조금씩 새어나오는 합창 소리에 지휘자는 자신도 모르게 뒤 돌았고, 객석을 지휘하며 공연을 클라이맥스로 이끌었다. 아리랑이 끝나자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고, 연신 앙코르를 외쳐댔다.
언어도, 문화도, 인종도 다른 사람들이 오로지 음악으로 하나 됨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은 한국외교부와 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이 우크라이나와의 문화교류를 위해 준비한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음악 대화>로 한국 교민과 각국 대사 및 명사, 우크라이나 정부관계자들을 초청한 무대였다.
지휘에는 수원 출신의 지휘자 겸 작곡가 정승용(45·SP글로벌) 씨가 참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로부터 한국과의 문화교류로 준비한 공연에 지휘자로 서달라는 연락이 왔다. 생각지도 못한 초청에 많은 부담이 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세계 각국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 아리랑을 연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에는 우크라이나 작곡가의 작품과 더불어 정 지휘자의 창작곡 4곡이 동시에 공연됐다. 그는 직접 편곡한 ‘아리랑’과 일제의 만행을 담은 ‘Monolo(독백)’, 내전으로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로하는 ‘Fuenf Brote und zwei Fische(오병이어)’ ‘Jesus ist auferstanden, Halleluja(주님 부활하셨다. 할렐루야)’를 연주했다.
“양국 문화 교류의 차원으로 준비된 무대이기 때문에 저 개인의 욕심보다는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곡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분들께 한국의 널리 알림과 동시에 국제교류의 장을 열게 됐다는 것에 참으로 뿌듯할 뿐입니다.”
특히 ‘Monolo(독백)’는 시인 이육사의 ‘독백’을 음악화한 작품이다.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개최된 세계 4대 현대음악제인 ‘Steirischer Herbst’에서 아시아 작곡가로는 최초로 최고 작곡가, 최고 작품으로 선정되는 등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국의 역사를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것이 음악가로서 제가 가진 또 다른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의 만행을 담은 독백은 저에게도 아주 의미 있는 곡입니다.”
그는 이날 무대를 계기로 올해 가을 일본과 스페인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정 지휘자는 “이번 무대를 통해 우크라이나 교민들과 이양구 대사의 노고를 알게 됐다”며 “그들을 마음을 본받아 해외무대에서 한국의 문화와 클래식다운 클래식을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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