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처음에는 부모님과 직장 상사의 시선이 불편했지만, 개인적으로 우위에 둔 삶의 가치 ‘가정’을 행복하게 지킬 수 있어 흔들리지 않았다”면서 “겨우 한 달이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딸의 어린 시절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아내를 위하는 길이라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빠 육아가 늘고 있다
아빠 육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이 자신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근 고용부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1천381명으로 전년 대비 57.3% 증가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2만1천259명 중 6.5%를 돌파, 전년 동기(4.5%) 대비한 결과 2%p 늘었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현재 만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는 남녀 각각 최대 1년 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부모 합산 최대 2년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절반 이상인 68.9%에 달했다.
고용부는 이처럼 가파른 아빠 육아의 증가 요인을 ‘아빠의 달 제도’ 도입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도입한 ‘아빠의 달 제도’는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차례로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간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아빠의 달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올해부터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됐다. 나머지 달에는 통상임금의 40%(최대 100만원)를 지급한다.
◇아빠 육아가 효과적인 시기를 놓치지 마라
많은 연구 결과들이 아빠가 자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때가 ‘0~3세’임을 강조하고 있다. 3살 이전의 뇌는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일명 ‘미완의 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자극에 노출될수록 평생을 좌우할 이 시기 아이의 뇌 발달이 잘 이뤄지고, 부모와 자식 간 유대감도 더 강하게 형성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진이 2세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아이와 놀 때 더 다양한 단어를 사용한 아빠를 둔 아이들이 3세가 됐을 때 언어능력이 훨씬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엄마가 다양한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아이의 언어발달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또 한 살 이상의 아이들을 연구 관찰한 결과 아빠와 많이 놀아 본 아이들은 언어발달이 빠르고 4살 때 측정한 지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국 뉴캐슬 대학에서 1958년에 태어난 영국인 남녀 1만1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어린 시절 아빠와 독서, 여행 등 재미있고 가치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지능지수가 높고 사회적인 신분 상승 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결과들이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싱글맘 육아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만큼 0~3세의 아기들에게 좀 더 다양한 자극이 필요하고, 이 시기의 아빠 육아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교육학자 리처드 플레처는 저술을 통해 “엄마와 아빠의 양육 방식이 개인의 차이가 아니라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며 “엄마의 양육과 아빠의 양육이 조화를 이룰 때 아이의 전뇌가 골고루 발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루 몇분이라도 ‘아빠표 놀이’에 도전
육아 휴직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해도 낙심하지 말자. 아빠 육아의 비중은 아빠의 맘먹기에 달려 있다. 최근 ‘아빠표 놀이’가 관련 책과 SNS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일단 아빠의 몸을 아이의 장난감으로 제공하자. 퇴근 후 아빠가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의자에 앉은 듯한 스쿼트 자세를 취하고 아이가 아빠의 어깨까지 오를 수 있도록 한다. 일명 ‘아빠 오르기 놀이’는 아이의 운동 신경을 발달시키는 동시에 아빠와 몸을 부비면서 가까워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잠든 후 퇴근해서 아이가 깨기 전 출근하는 바쁜 직장인이라면 자녀와 아빠만의 소통 놀이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일을 나가기 전에 집 안에 보물을 숨겨 두고 아이에게 힌트를 줘 찾도록 하는 놀이부터 전화로 3분 동안 통화하면서 단어 맞추기 등 방법은 다양하다.
이 때 아내의 칭찬은 큰 힘이 된다. 아빠의 성취감을 올려 줄수록 아빠 육아 시간은 늘어난다는 것을 명심하자. 특히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타박하기 전에 천천히 세심하게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방법을 전달해야 한다.
참고자료 : 책 <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아빠의 3분육아>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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