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세종시 건설 10년, 어떻게 진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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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3 총선거에서 야당이 ‘국회 세종시 이전’을 공약했다가 하루만에 없던 것으로 하고 대신 국회분원으로 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국회 이전이 충청도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으로 비춰져 다른 지역에서 역효과를 낼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처럼 정치권이 세종시를 ‘선거’라는 프레임으로 보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범죄사건이 일어났을 때 파출소에 찾아가 신고를 하면 흔히 ‘관할구역’을 따진다. 골목길 하나를 두고도 우리 관할이 아니니 다른 파출소를 가보라고 하기 일쑤다. 범죄 피해자는 이와 같은 ‘관할’을 따지는 고질병 때문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리 저리 헤매다 낭패를 당한다.

 

경찰만이 아니라 우리 행정조직이 모두 이런 매너리즘에 빠져 발전을 못한다. 정부가 개혁을 외치면서도 아직도 그 칸막이를 헐지 못하고 있는 것.

 

지금 세종시가 안고 있는 숙제 역시 칸막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올해로 ‘세종시’라는 도시의 이름을 결정하고 일을 시작한지 꼭 10년이 된다. 따라서 세종시를 건설하기 위해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청(행복청)이 출범한 지도 10년.

 

그런데 국가균형발전을 위하여 탄생한 세종시의 위상이 한낱 수도권의 위성도시, 행정도시의 차원을 넘어 ‘세계 도시건설 역사상 최초의 품격 있고 특화된 도시건설’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정부기관과 자치단체 등이 공유하는데 매우 인색하다.

 

서울은 ‘서울’이라는 칸막이에 갇혀 세종시를 보려 하고, 정부의 각 부처는 세종시 건설을 건설부와 행정자치부의 업무로만 보려고 한다. 충남과 대전시 충북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자의 행정적 관점에서만 세종시를 보기 때문에 당장 인구가 빠져나가는 등의 손실에 신경을 쓸 뿐 경제, 문화 같은 상생의 열매를 어떻게 창출하느냐 하는 블루 오션에는 소홀하다.

 

세종시를 귀중한 반려자로 인정하면서 도시행정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제 행복청은 인구 50만으로 향하는 세종시 제 2단계 건설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제 2단계 작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이충재 청장은 벤처, 리서치 파크 등 도시 특화를 통해 도시가치를 향상시키고 결과적으로 도시 자족기능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청장은 앞으로 2~3년이 세종시의 자족기능 확충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한 골든 타임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 전국에서 세종시의 아파트 분양시장이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세종시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긍정적 전망을 말해 주는 것이지만 정말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제 세종시는 일반적인 신생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공장 몇 개 유치하는 차원의 자족기능이 아니라, 벤처 육성에서부터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과 리서치 파크 조성에 이르기 까지 특화된 도시기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자족기능을 갖춰야 한다.

 

그동안 도시 디자인 등 경쟁력과 품격있는 도시건설에 심혈을 쏟았고 이미 이 단계에서도 세계 여러나라 도시 관계자들의 견학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족기능 이야말로 세종시 발전의 에너지다.

 

평균연령이 전국에서 제일 젊은 31.8세라는 세종시. 그래서 패기있고 에너지 넘치는 세종시가 이 중요한 골든타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알파고 처럼 도시도 진화해야 한다는 이충재 청장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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