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안돼” 정부·대기업 횡포에 멍드는 버스업계] 3. 정부부터 솔선수범을

연한 제한 말라더니… 정부도 새차만 요구

정부도 전세버스 입찰 공고 때 새 차만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하기관에 ‘전세버스 입찰 공고 때 과도하게 차량 연한을 제한하지 마라’는 지침을 내린 정부마저 정부청사 통근버스 입찰 과정에서는 새 차만 입찰하게 하는 것이다.

 

2일 행정자치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과 조치원, 대전, 충남 등에서 서울·세종정부청사로 공무원을 이송하는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출·퇴근 시 각 지역에서 총 118대의 통근버스가 운행되며 1천300여명의 공무원이 이용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이뤄진 2016년 전세버스 계약 입찰 공고에 ‘2012년 이후 생산된 차량’을 입찰 기준으로 제시, 계약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버스의 법적 차량 연한이 11년임에도 절반도 되지 않는 5년 이하의 차량만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가 이같이 차량 연한을 제한하는 이유는 오래된 차량은 사고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탑승하는 이들이 오래된 버스일 경우 노후화된 모습에 사고에 대한 우려나 청결하지 않다는 등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잦다”면서 “이에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5년 이하라는 차량 연한을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하기관에서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가 차량 연한을 과도하게 규제하자 버스업계 관계자들은 ‘정부마저 새 차 타령을 하는데 누가 중고차를 타겠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4일 각 시·도교육청에 차량 입찰공고 시 무리한 차량 연한 제한을 두지 말라는 공문까지 내려 보냈지만, 각급 학교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온 이후에도 5년 이내 차량만 요구하는 실정이다.

 

전세버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연한을 규정한 정부조차 법정 연한의 절반밖에 되지 않은 새 차를 요구하는데 어떤 기관이 이를 지키겠느냐”면서 “안전성이 보장된 5년 이상 차량이 입찰 참여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려면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사업을 하는데도 입찰 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법 취지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전세버스의 법적 차령은 11년이지만 계약 시 세부적인 기준은 정부는 물론, 계약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라며 “5년 이하의 차량이 더 안전하다는 법칙은 없지만, 수요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새 차만을 원하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한진경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