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5선발 문승원… '그에게서 클레멘스의 향기가 난다'

▲ 문승원 연합뉴스
▲ 사진=문승원.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우완 레전드로 꼽히는 로저 클레멘스(54)는 현역 시절 시속 160㎞에 근접하는 강속구로 ‘로켓맨’이란 칭호를 받았다. 클레멘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24시즌 동안 354승184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고, 삼진은 4천672개를 잡았다.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도 일곱 차례나 수상했다.

 

클레멘스는 불같은 직구 외에도 스플리터를 가장 잘 던지는 투수였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타자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그의 스플리터 앞에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농락당하기 일쑤였다. 예상보다 낮고, 느리게 들어오기 때문에 타자들은 공을 제대로 맞히질 못했다. 구속이 감소한 30대 중반 이후에도 클레멘스가 리그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다.

 

SK 와이번스 우완 문승원(27) 역시 스플리터를 잘 던진다. 클레멘스 정도의 구속도, 각도 나오진 않지만,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하고 있다. ‘화수분’이라 불리는 두산 베어스 타선도 그의 스플리터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혀를 내둘렀다. 중심타선이라면 KBO에서 으뜸이라는 NC 다이노스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고, 맞혀봤자 땅볼이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SK에 입단한 문승원은 지난해 9월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올 시즌 개막을 2군에서 맞이했지만, 퓨처스리그 2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무패 평균자책점 0.68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달 22일 윤희상을 대신해 1군 엔트리에 포함된 문승원은 올 시즌 2경기에서 10 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 중이다. 비록 승리는 없지만,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가라앉는 스플리터가 일품이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투구 시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기 때문에 릴리스 포인트가 일찍 형성된다. 이로 인해 슬라이더와 커브의 제구가 일정치 않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변화구의 꺾이는 각이 크지 않아 타자들에게 장타를 허용할 위험도 있다.

 

김용희 SK 감독은 문승원을 새로운 5선발로 낙점했다. 아직 완전치 않지만, 지난 두 차례 등판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판단에서다. 문승원은 4일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화 타선이지만, 그의 스플리터가 춤을 춘다면 프로 데뷔 첫 승도 충분히 바라볼만 하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도 “새로운 우완 스타 탄생이 예견된다”고 했다. '한국판 클레멘스' 등장의 서막은 이미 올랐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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