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고통받는 곳에서… 우리는 마지막 희망”

오늘 ‘국제 소방관의 날’… 대한민국 해외 긴급구호대는

▲ 2010년 1월 아이티 지진
▲ 지난 2013년 11월 필리핀 타클로반에 상륙한 태풍으로 6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대한민국 해외긴급 구호대가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중앙119구조본부 제공

“무너진 폐허 속에 가족의 시신을 찾아달라고 절규하는 생존자들은 우리에게 ‘마지막 희망’이라고 외칩니다”

 

대한민국 해외긴급 구호대(KDRT:Korea Disaster Relife Team) 손정원 구급대원(의왕소방서 소속)은 지난 2011년 3월11일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대지진 현장을 잊을 수 없다. 일본 센다이 아라하마 지역에서 인명 수색과 구조작업을 펼치면서 “가족을 찾아달라”는 생존자들의 외침이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 맴돌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 투입되기 전 유서까지 작성하고 해외긴급 구호대원 100여명과 함께 C-130공군 수송기를 타고 급파됐다”면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피폭우려에 여느 현장보다 긴장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약 2만990명의 사상자를 낸 재난 현장은 참담했다. 특히 그가 파견된 센다이 아라하마 지역은 지진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건물과 그 잔해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 

그곳에서 손 대원은 “이곳에 제 아내가 묻혀 있어요. 제발 찾아주세요”라며 연신 눈물을 흘리는 70대 노인과 조우했다. 이미 일본 소방·자위대가 노인과 아내가 사는 가옥에 대해 수색을 마쳤지만, 아내의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노인은 대한민국 구호대를 만나자 실낱같은 희망으로 구조 요청을 한 것이다. 결국 손 대원을 포함한 수십명의 한국 구호대가 수시간에 걸쳐 수색을 했고, 결국 숨진 그의 아내를 찾을 수 있었다. 이후 노인은 운구되는 아내의 시신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연신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대한민국 해외 긴급구호대가 세계 재난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인명 구조활동에 나서고 있다. 2010년 2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지진 현장을 비롯해 2011년 3월 규모 9.0의 일본 대지진, 지난해 규모 7.9의 지진이 난 네팔 카드만두까지. 

총 60여명의 구조대원과 비상인력 등이 상시 대기 중인 대한민국 해외긴급 구호대는 총 15회에 구조·의료활동을 펼친 바 있다. 더욱이 오는 4일 제18주년을 맞은 ‘국제 소방관의 날’에 구호대는 더 많은 활동에 나설 것을 밝혔다.

 

대한민국 해외 긴급구호대 한 관계자는 “현장에 투입되기 전 유서를 쓸 때마다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된다”라며 “재난 현장에서 죽음과 맞딱드릴 수도 있지만,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나설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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