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교육청, 당산초교 학급 과밀화 방관 말라

인천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시책이 겉돌고 있다. 인천형 혁신학교는 과대학교·과밀학급을 재편해 한 학년을 6개반 이하로, 학급당 학생 수는 25명 이하로 줄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학교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학교장보다는 교사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학생들에게는 토론 중심 수업을 강조한다. 이청연 교육감의 핵심 정책이자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육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시교육청이 교육수요 증가에 따라 세운 초교 신설 계획을 하루아침에 백지화한 과정을 보면 과연 혁신학교를 만들겠다는 게 교육감이 내건 시책인지를 의심케 한다. 시교육청은 계양구 동양지구의 택지 개발 등으로 인구 유입이 늘어나 초등학생수가 최대 1천692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 동양초교(가칭)신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동양초교 신설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시교육청의 학생 수요 예측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데다,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동양초교 신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동양지구 내 기존 당산초교에 우선 12개 교실을 증축해 모두 48개 교실을 확보, 인근 학생들을 수용키고 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학생 수를 감안, 지난 2014년 6개 교실을 증축한 데 이어 앞으로 14개 교실을 추가 증축, 모두 56개 교실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러자 당산초교 학부모는 물론 인근 유치원·어린이집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시교육청이 국토부의 지적 사항을 보완한 뒤 학교 신설을 다시 요구했어야 함에도 이를 포기하고 기존 당산초교 증축으로 방향 전환한 건 잘못이라는 거다. 이들의 문제 제기는 타당하고 옳다. 시교육청의 당산초교 증축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56학급의 과대학교가 된다. 또 당산초교를 증축한다 해도 학급당 학생 수가 34명으로 과밀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이 교육감이 지향하는 혁신학교와는 거리가 멀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학급당 학생 수를 내년 23명, 2020년엔 21명까지 감축하는 계획과도 어긋나는 거다.

이처럼 과대학교의 콩나물교실에서 학생들이 북적대는 상황에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며,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기회도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미(歐美)식 토론·현장교육은 고사하고 교육의 질이 크게 떨어질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신설은 당연히 학생 수의 추이, 산업구조 등 도시특성에 따른 인구이동 등을 감안해야 한다. 관계 당국은 과밀학급 방지를 위해 치밀한 학생 수용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