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링겔맞는 환자 홀로 놔둔채 직원들 문잠그고 퇴근해
용인의 한 산부인과에서 직원들이 회복실(처치실)에서 링거를 맞는 40대 여성 환자를 홀로 놔둔 채 문을 잠그고 퇴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홀로 병원에 갇혀 50분 가까이 공포에 떨던 피해 여성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9일 용인서부경찰서와 용인소방서, 피해자 보호자 등에 따르면 용인 수지구에 사는 A씨(49ㆍ여)는 지난 4월25일 오후 3시20분께 동네에 있는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부인과 치료를 받으면서 최근 몇 차례 다니던 병원이었다.
A씨는 진료를 마친 뒤 오후 3시40분부터 병원 안 수술실 겸 회복실에 들어가 철분제와 영양제 등 링거를 맞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3시간 20여 분 뒤인 오후 7시께 링거를 다 맞은 A씨는 “링거 다 맞았어요”라고 말하며 간호사를 찾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수술실 문을 열고 나가자 모든 불이 꺼져 있었고 병원 현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순간 혼자 병원에 갇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극심한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A씨의 연락을 받고 곧바로 남편과 딸이 달려왔고 이들의 신고로 7시30분께 경찰과 119가 도착했다. 이어 7시47분 119에 의해 굳게 닫힌 병원 문이 열렸다. 병원에 홀로 갇힌 A씨가 공포에 떤 지 50분이 다 된 시간이다.
발견 당시, A씨는 극심한 공포에 축 처져 있었고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한 뒤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병원 문이 열린 뒤에야 간호사들은 울면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경찰과 소방 관계자는 전했다.
A씨 남편은 “병원에서는 공제조합에서 어느 정도 선까지만 보상해줄 수 있다며 규정만 내세울 뿐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며 “아내가 당시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밤에도 불을 켠 채 거실에서 딸 아이와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온 가족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장은 이날 오전 취재진의 방문에 진료를 이유로 취재에 응하지 않다가 오후 전화를 걸어와 “정리가 되는 대로 다시 연락을 주겠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이날 병원 측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친 관할 수지구 보건소는 의료법 위반 여부를 따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용인=권혁준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