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지사, 시장, 그리고 국회의원이 앞장서라

-심각한 의정부 법조청사 노후 문제-

수원고법(당시 경기고법) 유치 과정을 돌이켜 보자. 도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인력이 총동원됐다. 경기고법이 필요한 당위성을 자료로 만들어 배포했다. 수원시와 인근 도시도 행동을 통일했다. 경기남부권 주민을 중심으로 추진 위원단도 결성됐다. 이들이 앞장서 1천만 서명운동을 벌였다. 대법원을 찾아가 기획실장 등 고위 관계자와 담판을 짓기도 했다. 부지마련에도 직접 아이디어를 보탰다. 기재부 소유의 땅을 찾아내 교환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엔 정치권이 있었다. 수원 등 남부지역 국회의원들이 법률 개정 작업을 추진했다. 일명 경기고등법원 설치법으로 불리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그 개정안에 경기고법 설치에 시한이 ‘2019년까지’로 명시되면서 비로소 고법 설치가 현실화됐다. 돌이켜 보면 경기고법 설치에는 시(市) 경계를 초월한 경기 남부 지역 전체 주민의 합의와 이에 부합한 정치권의 선도가 있었다.

의정부 법조 청사 노후 문제 해결에도 참고해야 할 선례다. 물론 법원 신설과 청사 신축이라는 현실적 차이는 있다. 하지만, 법률 서비스의 불균형 해소라는 기본적 가치에서는 다를 게 없다. 냄새 나는 민원실, 잡음 심한 재판정, 만성 적체 주차공간은 330만 북부 주민의 삶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같은 세금 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기 힘든 차별이다. 북부 주민들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그 역할에 경기도 부지사와 시장,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한다. 의정부 법조 청사의 실상을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공개해야 한다. 청사의 안전도 검사를 실시하고, 시설 노후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 규모도 수치화해야 한다. 이런 결과와 통계를 대내외에 알려야 한다. 그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책임자들이 부지사와 시장, 그리고 국회의원이다. 서명운동도 방법일 수 있고, 설명회 개최도 방법일 수 있고, 추진위 구성도 방법일 수 있다.

이렇게 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대법원과 법무부는 예산이 많지 않다. 전국 법원으로부터의 시설 개선 요구는 수두룩하다. 의정부 청사 신축 예산을 알아서 먼저 배정해 줄 여건이 아니다. 목청을 높여야만 관철시킬 수 있다. 지금 전국 최고의 법조 청사라는 청사진을 걸어 놓은 수원고법. 단언컨대 지역민과 지역 정치권의 행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수원고법 공사 현장은 없었다. 의정부 법조 청사 개선을 위한 지역 사회의 단체 행동을 주문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