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70代 야구감독과 정치지도자의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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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한화-두산의 프로야구.

 

한화가 2대 17로 두산에 정신없이 깨지고 있던 7회에 갑자기 덕아웃에 심판들이 모이기 시작하며 술렁였다. 김성근감독이 아무 조치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원래 경기 중에는 감독이 있어야 하는 규칙을 저버린 것. 심판들은 수석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양해하고 경기를 진행했다.

 

알고 보니 그 시간 김감독은 어지럼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74세인 김감독의 연령을 생각하면 한화의 성적 부진이 크게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이다. 그 무렵 한화의 성적은 꼴찌로 추락하는 것도 모자라 내부 갈등까지 가라앉지 않고 있어 ‘야신’이라고 이름을 날렸던 김성근감독으로서는 리더쉽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한화의 57명 선수 연봉은 총 102억원을 넘어 10개 구단 중 1위인데도 성적은 왜 10위일까? ‘벌떼 야구’ 소리를 들을 만큼 패기에 찼던 한화가 아니었던가?

 

김성근감독만이 아니다. 해태에서 명감독으로 활약했고 ‘한국시리즈’를 열 번이나 움켜쥐었던 김응룡감독 역시 마지막 노년을 한화에 던졌으나(2012.10~2014.10) 그 역시 수렁에서 헤매다 감독석을 박차고 나갔다. 일선 선수로 출발하여 감독에 오르고 삼성 라이온스의 사장까지 이르렀던 그의 화려한 야구인생을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것이었다.

 

그 김응룡감독 역시 김성근 감독 보다 한 살 많은 70대 노장. 야구에서 뿐아니라 정치판에서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선거 후 그 강력했던 기세가 꺾이고 당내에서 ‘노인’ 소리를 듣는 등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논어에 인생 70을 ‘종심(從心)’이라고 했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에서 나온 말이다. 나이 70이 되면 어떤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해도 실수가 없다는 뜻인데, 그만큼 산전수전 다 겪다보니 경륜이 쌓였다는 뜻이다. 반대로 자신만의 어떤 고정관념, 편견, 독선, 같은 역기능이 축적될 수도 있다.

 

마침 미국과의 화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80이 넘은 몸으로 지난달 제7차 쿠바 공산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 중앙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최고 나이를 60세, 당에서 직책을 맡을 수 있는 상한선을 70세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 제안을 하면서 “65세, 70세 이상도 여전히 중요한 활동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로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하긴 공산체제의 중국에서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연령 제한을 묵시적으로 72세 이하로 이어오고 있다. 이와같은 중국의 불문율은 2002년 이후 한번도 예외가 없다는 것. 그래서 70대 중반 이후의 지도자들은 앞에서 지휘하는 것 보다 뒤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선배의 역할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55.5세. 19대 때 보다 1.6세 더 높아졌고 60대 이상이 81명으로 19대 때 69명 보다 12명 늘어났으며 70대 이상도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 5명이나 된다. 한마디로 고령화 현상이 국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신선한 젊은 지도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김영삼, 김대중 전대통령이 40대 때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야말로 그런 바람이 불어야 할 때이다.

 

현재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를 비롯, 미국 권력서열 3위이며 향후 대통령감으로 스포트를 받고 있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도 40대 기수들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신선한 인물이 어디 없는가?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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